경제·금융

금융개혁안 보완할 점(사설)

말썽많은 금융개혁안의 임시국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지금 한국은행 독립과 금융감독원 통합, 그리고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편을 담은 관계법규의 개정안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여론을 수렴했다지만 재경원과 한국은행은 아직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질과 동떨어진 금융개혁안이라면 차라리 차기정권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금융개혁은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과 일본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를 전격적으로 단행,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을 설립했던 영국이 새삼스레 미국의 조언을 받으며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됐던 사정은 무엇일까. 또 폭넓은 금융개혁을 단행했던 일본이 이번에 다시 방대한 금융개혁을 필요로 한 것은 무슨 까닭에서인가. 그것은 세계의 금융시장이 이제는 국경없는 하나의 시장으로 좁혀든 때문이다. 이들 나라가 비록 금융선진국이긴 하지만 금융부문의 경쟁력에 있어서는 미국에 뒤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의 울타리를 완전히 허물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국가경쟁력은 43위로 아시아 개도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41위보다도 떨어지고 있는 판국이다. ○본질보다 곁가지 논쟁만 이처럼 낮은 경쟁력으로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금융개혁의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금융개혁은 논의가 있을 때마다 소리만 요란했을 뿐 불발로 끝났다. 이번에도 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는지 주목거리다. 금융개혁은 금융부문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대외경쟁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도 먼저 통화정책 수립과 감독권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위 밥그릇 싸움이다. 또 은행의 주인을 찾아준다며 재벌의 금융지배 허용을 놓고 금융개혁의 본질을 망각한 논의만 계속했다. ○금융감독원 통합은 당연 금융개혁이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효율적인 시장기능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먼저 금융산업 구조개편에 손을 써야 했다. 그 방향에 따라 필요하면 감독기능의 개편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정작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해서는 논의도 없이 금융감독원의 통합문제에만 쟁점이 모아져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요즘 금융산업의 추세는 겸영화, 종합화다. 이를 감안한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은 당연하다. 금융시장을 전문영역에 따라 완전 분업화하고 시장간의 울타리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감독기관도 전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개편은 종합금융시장, 겸영화 쪽으로 가고 있다. 이에따라 감독기능의 통합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도 앞뒤가 뒤집히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졌으나 금융에 대한 외압이나 정경유착 방지를 위한 명분은 소유자 경영과는 무관한 것이다. 사실 외압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고 증권이나 보험회사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들 분야는 완전히 소유자의 사금고로 이용되고 있다. 따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외압에 대해 은행만 문제삼는 것은 모순이다. ○중앙은행 독립은 확실하게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소유보다 경영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한다. 미국의 금융시장 국가경쟁력이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금융시장의 경영인이 정부나 대주주 등 그 어느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오로지 창의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경영을 할 수 있는 기업풍토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막바지 손질이 한창인 재경원의 최종안은 한은의 독립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다만 총재의 물가 책임제는 아직 조정이 필요하다. 한은이 독립,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것은 국경없는 개방시대에 중립적으로 운영, 대응하려는데 뜻이 있다. 하지만 거시정책과 조율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본은 금융개혁과 더불어 동경을 뉴욕·런던과 함께 세계금융시장의 중심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토록 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도 홍콩이 반환되자마자 홍콩을 동경에 버금가는 금융시장으로 키워나갈 방침임을 강조했다. 서울이 세계금융시장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무슨 조치가 필요할까. 금융개혁안에는 그 해답이 담겨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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