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입 수시·보육 대기수요 문제 시장설계 이론으로 풀 수 있어

■ 노벨경제학상 앨빈 로스 제자 이수형 메릴랜드대 교수 단독 인터뷰<br>비효율적 분배 대표 사례<br>공적 기관서 매칭 나서면 선호도에 맞는 선택 가능<br>교수실 개방·제자와 파티… 소탈하고 정이 많으신 분


"대입 수시전형이나 보육 대기수요 같은 문제는 로스 교수님의 시장설계(market design)로 풀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예요. 시장을 만들어서 정책의 비효율성을 크게 줄일 수 있죠."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17일 아침.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 이수형(37ㆍ사진) 메릴랜드대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로스 교수 아래서 리서치 펠로십 과정을 마쳤다. 국내에 로스 교수의 수업을 들은 사람은 많지만 '로스 교수의 제자'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현재 이 교수는 지난 9월부터 서울대에 교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이드 섀플리 교수(1923년생)는 연세가 많으셔서 예상 가능했는데 로스 교수(1951년생)는 아직 젊으셔서 많이 놀랐다"며 "채팅으로 축하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고맙다며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1999년 행시 42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들어와 국제금융국에서 줄곧 일했다. 학문적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가 미국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것은 지난 2002년. 당초 '국제금융' 전공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는 그러나 응용미시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로스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그는 "2008년 '한국의 온라인데이팅'에 대해 졸업논문을 준비하다가 로스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며 "교수님이 흥미로워하시며 펠로십을 제안했고 하버드대에서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졸업논문은 그 해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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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스 교수의 학문세계를 '시장설계(마켓디자인)'와 '매칭 시스템'으로 요약했다. 시장상황을 설계해서 서로의 파트너를 찾아주는 것(매칭)이다. 여기서 파트너란 남자와 여자, 구인자와 구직자, 학생과 학교처럼 양자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 균형점을 찾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지방법원들이 법대 재학생을 선발한다면 서로 우수한 학생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학생선발 시점이 점점 빨라진다. 이 교수는 "결국 우수학생을 졸업 1년 전에 뽑을 수는 있지만 오히려 학생은 1년간 공부를 안 하는 '시장붕괴'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대학 수시입학전형, 어린이집 대기수요 등도 결국 비효율적인 분배가 낳은 전형적인 사례로 '시장설계'를 통해 정책대응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매칭에 나선다면 학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보육시설이나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로스 교수에 대해 소탈하고 인간적으로 정이 많은 성격이라고 평했다. 그는 "로스 교수는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강의하는 게 교수의 본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며 "연구와 관련된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교수실을 개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제자들을 집에서 여는 바비큐 파티에 초대할 정도로 다정다감하다"고 그를 묘사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날씨가 맑게 갰다.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날씨였다. 이 교수는 "로스 교수님은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중국ㆍ호주는 가봤지만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기회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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