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혼수상태의 금융시장(사설)

금융시장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요청으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긴급수혈 후에도 금융시장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변동폭을 상하 10%로 확대한 이후 상한선까지 치솟아 달러당 1천4백원에까지 이르렀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연일 급락행진을 계속, 종합주가지수 4백대가 다시 깨졌다. 자금시장은 사실상 신용 마비상태여서 금리가 연일 폭등하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이 23%를 육박, 지난 82년 1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기업어음과 콜 금리는 법정 상한선에 도달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IMF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후속대책이 또한번 실기해서 빗나가고 있는 것인지, IMF 쇼크치고는 초기 후유증이 너무나 심각하다. 혼수상태의 금융시장에 발이 묶여 IMF조건 이행계획의 순조로운 추진이 더뎌질 전망이다. 원인은 물론 한국의 현실을 도외시한 IMF의 가혹한 조건요구, 정부의 허겁지겁한 수용과 눈앞의 사태를 다 보지 못하고 신중하지도 못한 대응조치에 있다. 여기에 불안감을 더해준 것이 정부의 선명치 못한 태도다. 금세 들통날 것이 뻔한데도 정부는 이면계약을 덮어두고 애매하게 협상내용을 발표, 불신을 자초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IMF와 이행조건을 재협상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재협상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선거 후보까지 준수각서를 쓴 협약을 깨고 다시 협상하자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불신과 대외 신인도를 더욱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학자나 전문가·언론이 지적했듯이 한국의 체질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은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부협상이나 분기별 점검때 진척도나 이행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완화수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신중하고 유연한 자세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급할수록 효험이 불투명한 미봉적인 대책으로 호도할 일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발등의 불은 금융시장의 정상화 회복이다. 찔끔찔끔 미봉적인 대책으로는 불길을 잡기 어렵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 구조조정, 금융 자본시장 개방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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