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나무와 숲, 효율적 관리를

강호덕 교수(동국대 산림자원학과)

지난 여름 보호식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의 생육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나라 해안지역을 들른 적이 있다. 모감주나무는 우리나라ㆍ중국ㆍ일본 등 자생지가 극히 제한돼 세계적으로 특별관리하고 있는 귀중한 유전자원이다. 이 종에 대해 세계의 식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외국의 전문가와 함께 충남 안면도에 자리한 자생지를 가보았다. 이 지역은 모감주나무가 400여그루 자라고 있는 국내에서 비교적 큰 자생군락지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철책으로 울타리를 치고 나무지지대를 설치해놓아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관리가 잘되는 듯했다. 하지만 내부를 살펴보니 나뭇가지가 밑으로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지에 구멍을 뚫어 굵은 쇠줄로 이를 묶어놓고 있었다. 마치 나무를 고문하는 것 같았다. 모감주나무는 줄기 번식이 뛰어나 종보존을 위해서는 이러한 시설이 차라리 없는 게 자원을 장기적으로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생지 내부의 어린 나무는 풀과 함께 모두 베어진 상태여서 유전자원을 장기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불 보듯 했다. 또 나무 각각에 붙어 있는 표찰에는 이름이 ‘Koelreuteria paniculata’가 ‘paniculara’로 이정표에는 ‘Chana Tree’라고 돼 있어 귀중한 자원을 관리하는 데 복합적인 문제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군락지는 문화재청에서 지난 62년 천연기념물 138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나무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나무를 마치 골동품과 같이 각각의 개체를 관리하기보다는 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유기적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나무와 숲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서 관리하는 것보다 하나의 부처에서 총괄 관리를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재 담당부서의 경우 나무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나무 전문부처가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비전문기관에서 왜 이처럼 관리하고 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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