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경쟁이 브라질-독일, 아르헨티나-네덜란드의 대결로 압축됐다. 세계 축구를 양분하는 유럽과 남미 2팀씩이 4강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는 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의 결승골을 앞세워 벨기에를 1대0으로 이겼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네덜란드가 승부차기 끝에 코스타리카를 따돌리고 마지막 남은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는 오는 10일 오전5시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지난 5일 나란히 4강에 선착한 개최국 브라질과 독일은 9일 오전5시 벨루오리존치에서 준결승 대결을 벌인다.
◇이과인 "메시 팀? 나도 있다"=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팀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숨통을 틔운 건 이과인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과인은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선 메시와 활발히 자리를 바꿔가며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이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골을 터뜨렸다. 동료 공격수 앙헬 디마리아(레알 마드리드)가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찌른 침투패스가 벨기에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자 이과인이 바로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첫 골을 팀을 4강으로 이끈 결승 골로 장식했다. 그는 후반 36분에 교체돼 나올 때까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메시보다 1차례 많은 3번의 슈팅(유효슈팅 2개)을 시도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과인은 '메시 의존증'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약점을 충분히 가릴 만한 활약상을 펼쳤다. 이번 대회 4골 1도움을 기록 중인 독보적인 존재 메시에게 집중될 상대의 견제를 분산시키면서 이날처럼 스스로 득점까지 올리면 남은 경기에서도 메시와 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넓은 활동영역, 뛰어난 기술과 스피드를 갖춘 이과인은 이번 대회 남미 예선에서 메시(10골) 다음으로 많은 9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팬들이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MOM·맨 오브 더 매치)로 뽑혔지만 이날은 이과인에게 양보했다. 전반 38분 페널티 아크에서 강력한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고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역습 기회에서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막히면서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이 4경기에서 중단됐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4강에 진출해 1986년 멕시코 대회에 이은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한국의 조별리그 3차전 상대였던 벨기에는 28년 만의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골키퍼 교체 '신의 한수'=사우바도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코스타리카의 8강전은 루이스 판할(63) 네덜란드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빛난 혈투였다.
막강 화력의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돌풍의 핵'인 코스타리카의 5백 수비와 철벽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레반테)에 막혀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 동안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연장전 종료 직전 골키퍼 교체로 승부수를 던진 네덜란드가 웃었다. 판할 감독은 187㎝의 야스퍼르 실레선(아약스) 대신 7㎝가 더 큰 팀 크륄(뉴캐슬)을 투입했다. 만일 패할 경우 골키퍼 교체는 물론 승부차기 전에 경기를 끝내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부담스러운 결단이었다. 하지만 A매치 출전 경험이 5경기뿐인 크륄은 코스타리카 2번과 5번 키커의 슛을 막아내며 감독의 신뢰에 부응했다. 승부차기에서 4대3으로 승리한 네덜란드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죽음의 D조'를 통과해 사상 최초로 8강에 오른 코스타리카는 4강 신화 작성은 아쉽게 좌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