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아건설 회장 퇴진 초읽기

대한통운 처리등 미흡.채권단 '경영실패' 판단「스톡옵션 회장」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의 퇴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동아건설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高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사회와 채권단은 용퇴불가피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극적인 변수가 없는한 高회장의 퇴진은 절차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高회장의 퇴진은 일단 노조와 임직원들의 퇴진운동에서 촉발됐지만 궁극적으로 볼때는 워크아웃 상태인 동아건설의 자구및 채무조정·경영실패에 따른 채권단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되고 있다. ◇내우외환이 퇴진 배경=高회장은 동아건설 이창복(李昌馥)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이달초부터 퇴진운동을 벌여 이틀째 출근조차 못한 상태. 이에 앞서 이회사 노조도 지난 4월 高회장 퇴진운동을 벌인바 있다. 사외이사의 요청으로 10일밤 열린 이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高회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 명예롭게 퇴진할 수있는 길을 열어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경영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高회장은 2년동안 경영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했고, 사조직을 운영해 조직의 반목만 키웠다』고 주장해왔다. 高회장이 구조조정 우수기업으로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했지만 김포매립지를 매각하고 인력을 줄인 것을 구조조정의 성과로 봐서는 안된다는게 비대위측의 논리다. 뿌리깊은 신구 경영진 갈등과 반목도 사내에 팽배해 조직장악에도 실패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임직원 퇴진운동은 高회장의 퇴진을 앞당겼을뿐 뾰족한 경영개선에 실패한 그에게 사실상 대주주인 채권단이 경영실패의 책임을 추궁했다는 분석이다. 동아건설 경영정상화의 큰 축을 맡고있는 대한통운 처리방향이 미궁에 빠지면서부터 高회장 퇴진론이 채권단사이에 설득력을 갖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8일 자사주 1,000만주를 주당 6,100원에 살 수있는 조건으로 동아건설의 지급보증 7,000억원을 해소해주겠다는 제의를 하는등 독자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당초 채권단과 동아건설은 한달전 채무조정협의를 통해 대한통운을 제3자 매각등의 방법으로 대한통운의 동아건설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털어내고, 남은 자금으로 동아건설 일부 부채를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경우 채권단은 기존 동아채무의 이자를 낮추고 1,1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는 것이 주 내용. 동아와 채권단이 지난 5일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시한을 넘긴 것도 대한통운의 처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건설의 진로는=동아는 3조원이 넘는 과도한 부채와 공공공사 수주부진등으로 빚갚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일로에 있다. 따라서 동아워크아웃의 관건은 대한통운의 처리방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야만 채권단의 추가 출자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이같은 동아 워크아웃 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하며 독자생존을 채권단에 요구하고 있다. 원래부터 우량기업인데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등으로 매출·이익 모든 측면에서 발전가능성이 높다는게 대한통운측의 주장. 대한통운은 7,000억원의 보증채무를 안고 있지만 동아건설 소유지분이 5%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동아건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유상증자를 한 뒤 출자전환하는 과정에서 보증채무를 해소할 수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아건설 채권단은 이같은 대한통운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채권단과 동아측이 당초 마련된 「연대보증 해소후 매각」이라는 워크아웃 플랜을 꾸준히 논의·추진해왔는데 약정실행 종료시한이 다가온 시점에서 갑자기 계획을 뒤집는 것은 워크아웃을 실행할 의지가 없는 것아냐는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동아건설을 청산하는 극단적 선택은 없을 전망이다. 채권 회수도 어렵고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대한 공사이행보증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점도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처리의 장기표류는 동아건설 워크아웃 차질로 이어져 대우사태이후 간신히 수습된 국내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권구찬기자CHANS@SED.CO.KR 민병권기자NEWSROOM@SED.CO.KR 입력시간 2000/05/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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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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