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수도 바그다드로 내전 확산 땐 유가 40~50달러 폭등 우려

■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 감산 돌입… 국제 유가 급등

원유 생산 75% 차지하는 남동부 지역 영향권에

반군 서부 지역 요충지 등 3곳 추가 장악 공세 강화

정부군과 전면전 위기 속 美 해법 내놓을지 촉각


이라크 내전 사태가 이번주 또 하나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의 주요 거점을 장악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라크 정부와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원유 시장은 미국의 해법 도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전선이 수도인 바그다드로 번질 경우 국제 유가도 순식간에 40~50달러나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실제 2011년에는 리비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2월 이후 브렌트유는 2개월 만에 25%나 급등했고 2012년 이란 핵 문제로 인해 2월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가 발동됐을 때도 두 달 만에 13%나 올랐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원유 생산 2위로 리비아나 이란과는 차원이 달라 세계 경제에도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부 요충지 수중에 넣은 ISIL= 수니파 무장 반군 단체인 ISIL은 지난주 말 시리아 국경 지역을 포함, 이라크 서부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 3곳을 추가로 장악하는 등 점령 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ISIL은 시리아와의 국경 검문소가 있는 소도시 알카임을 지난 20일 장악했다. 이라크~시리아를 잇는 나머지 2곳의 국경 검문소 가운데 북쪽의 라비아는 쿠드르자치정부(KRG)의 군 조직에 의해 이미 장악됐고 소규모 경찰 인력이 경비를 서고 있는 서남쪽의 알왈리드 지역 또한 ISIL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라크 반군은 알카임 점령으로 시리아로부터 지원 병력이나 무기를 수혈 받게 된 반면 이라크 정부는 국경 통제권을 잃으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ISIL은 안바르주(州)의 라와·아나 지역까지 점령한 상태다. 특히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위치한 이 지역 인근 하디타시에는 1,000㎿급 수력 발전소가 있어 이곳마저 ISIL 수중으로 넘어갈 경우 이라크 전체 전력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ISIL은 현재 시리아·이란과 맞닿은 이라크 북쪽의 반경 1,000㎞에 이르는 지역을 손에 넣고 바그다드에서 불과 60㎞ 떨어진 지역까지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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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는 제한적 공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외교적 해결에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퇴진을 사태 해결의 첫 단계로 상정하고 21일부터 암만과 브뤼셀·파리를 차례로 방문한 뒤 이라크를 들를 예정이다. 과정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퇴진 및 종파 초월의 새 이라크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그다드 내전 휩쓸리면 메가톤급 충격=지금까지 이라크 사태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은 제한적이다. 원유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남부 지역은 반군의 손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ISIL이 장악한 북부의 경우 키르쿠크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원유 파이프 라인은 올 3월 이후 이미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정치적·종교적으로 복합하게 얽힌 이라크 사태가 당분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유가도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에너지펀드의 톰 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과거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유가가 쉽게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그다드까지 내전에 휩쓸리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바그다드에서 불과 150㎞ 떨어진 남동부 원유 생산지역까지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이라크 전체 생산의 75%를 차지한다. 실제 ISIL와 연계된 반정부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군(IAI)'의 창설자 겸 총사령관 셰이크 아메드 알다바시는 영국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알말리키 정권이 퇴진하지 않으면 수도 바그다드까지의 진격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스크 자문업체인 컨트롤 리스크스의 리차드 펜딩 최고경영자(CEO)는 "바그다드에서 전투가 진행되면 메이저 석유사의 본부, 금융 인프라 등이 다 떠나버릴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40~50달러는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엑손모빌·BP 등 다국적 석유기업들이 원유 생산지역인 남부에서 속속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어 생산 차질 및 시설 폐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경우 내전 이전 하루 160만~170만배럴을 생산하다 최근 18만배럴로 급감한 리비아 사태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라크 위기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지 않고 현재 갈등 구조가 고착화되더라도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여름철을 맞아 선진국의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의 증산 여력이 제한돼 있는 탓이다. 또 산유국 가운데 원유 증산 능력이 가장 높은 이라크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원유 생산량을 당초 하루 330만배럴에서 2019년까지 45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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