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외국인도 기피하는 중기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도 눈높이가 높아져서 3D업종은 기피합니다. 불황이라 일거리도 없지만 일감이 있어도 사람이 없는 게 더 문제에요."

추석 직전인 지난달 27일 안산ㆍ시흥스마트허브에서 만난 한 인력파견업체 사장의 항변이다. 기업들에 일시적인 노동수요가 있을 때마다 계약직 인력을 파견해왔는데 최근에는 비정규직 예비인력조차 눈높이가 높아져 중기 생산직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생산효율이 높고 숙련도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젊은 생산직 인력을 원하지만 실제 노동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야간 2~3교대를 통해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공장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업체는 부지기수다. 외국인 근로자조차 국내 일자리 정보를 널리 공유하면서 힘든 업무는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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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근로자 20~30명 미만의 소기업인 대다수 산단 입주업체들은 숙소나 교통편 제공이 어려워 통근시간ㆍ비용을 감수하면서 제조현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의 A업체 사장은 "중소기업은 봉급이나 복지후생이 뒤쳐지는데 주변의 안양ㆍ수원ㆍ서울 등에서 이곳까지 비싼 교통비를 내가며 누가 오려 하겠냐"고 한탄했다.

중기 구인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장기적이고 정교한 인력구조개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연령ㆍ학력구조 변화에 따른 미스매칭인데도 일자리 쪼개기, 무계획적인 창업지원 등 구직난만 의식한 고육지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선주자들도 고용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표심을 얻기 쉬운 실업대책만 내세우기보다 생산현장의 인력난 문제도 더불어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과 중기 생산직 대우 향상, 산단 기반시설 확충 등 제조업 근간 유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복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기 실적 쌓기 정책만 늘어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금은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중기 제조업의 기반 안정화를 위한 주춧돌부터 새로 놓아야 할 시점이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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