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근저당 설정비 부담 못해"

"손실비용만 2,00억"…공정위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 제기<br>이달중 고등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16개 시중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에서 부담하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은행들은 아울러 이달 중 고등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제출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들은 이날 행정법원에 공정위가 개정한 ‘은행여신거래 표준약관’ 불복소송을 제기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내부 법무팀과 외부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은 행정소송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린 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행정소송 일정과 방법, 고등법원을 통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소송의 경우 해당 내용을 접수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을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은행의 근저당 설정비 부담을 골자로 한 ‘은행여신거래 표준약관’을 만들어 오는 5월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약관에 따르면 근저당 설정에 필요한 등록세와 지방교육세ㆍ등기신청수수료ㆍ법무사수수료는 은행이 부담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일부 특수은행들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한다는 행정소송을 냈다”며 “은행별로 이르면 이달 안에 각 고등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 요청과 필요에 의해 대출이 이뤄지는데도 관련 비용을 은행에서 부담하는 것은 ‘사용자부담원칙’에 어긋난다”며 “선진국 어디에서도 담보대출에 대한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는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고 나선 것은 설정비 부담에 따른 비용 때문이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동산담보대출 때 설정비로 대출금액의 0.6~0.7%를 받고 있다. 부동산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등록세와 법무사수수료 등으로 70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지금까지는 225만2,000원 정도를 근저당권 설정비용으로 내야 했지만 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인지대와 채권손실액 등 43만5,000원만 내면 된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 약관이 시행되면 연간 1,000억~2,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관계자는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비용이 발생하면 결국 그 비용은 대출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신용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담보를 설정하고 대출을 해주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라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승관기자 skmoon@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