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이래도 되는 건가

제9보(191~212)


쌍방이 초읽기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조훈현은 사는 수를 놓치지 않았다. 백94가 삶의 수순. 계속해서 96이 긴요한 수순이다. 흑97은 어쩔 수 없다. 참고도의 흑1로 따내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정수지만 백2 이하 10이면 하변의 흑 4점이 잡히게 되므로 어차피 바둑은 많이 진다. 결국 백106까지 중앙의 백대마가 살아버렸다. 좌상귀의 78집자리 패를 진 보상으로 딩웨이가 입에 넣었던 중앙의 대마가 떵떵거리고 살아버린 것이다. 대국 현장에 들어갔던 기자의 얘기로는 딩웨이가 넋을 잃은 사람처럼 멀거니 천장을 한참 바라보았다고 한다. 검토실에 둘러앉아 있던 대여섯 명의 기사들도 하나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3수 늘어진 패를 이기고 중앙 백대마까지 살려낸 조훈현의 그 못 말리는 괴력에 압도된 얼굴들이었다. 한참 후에 윤기현9단이 탄식을 하며 한마디 했다. “허어, 이래도 되는 건가?” 중국 청년 딩웨이는 이 한판의 바둑을 통하여 통절히 깨달았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조훈현을 전신(戰神)이라고 하는지를. 왜 ‘반상의 마술사’라고 하는지를. 왜 후지사와 슈코가 이 사람을 한 세기에 하나 태어날까 말까한 천재라고 했는지를. 212수끝 백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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