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가면 언제…"서울·평양 또 눈물바다

"이제가면 언제…"서울·평양 또 눈물바다[장벽을넘어서] ■개별상봉 마지막날 『차라리 꿈이었으면…』 『어떻게 만났는데 이리 쉽게 헤어질수 있단 말인가』 『꼭 살아계세요 어머니. 못다한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마지막 개별상봉이 있었던 17일, 그렇게 평양과 서울은 또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서울에서 못다한 얘기나누며 서로 안부교환 "통일되면 다시 볼수있겠지" 아쉬움 ○…『벌써 마지막 상봉이라니… 오늘 헤어지면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서울 방문 3일째를 맞은 북측 이산가족상봉단은 17일 오전, 오후 두 팀으로 나눠 두번째 가족단위 개별상봉을 하고 서울 나들이에 나서 창덕궁을 둘러봤으나 머리속은 온통 두고 떠나야 할 남측 혈육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이산가족들은 전날 못다한 가족 얘기, 지난 50년간 살아온 얘기 등을 나누고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친지들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안부를 교환하며 건강히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상봉이 마지막 만남이어서 다시 헤어져야 하고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오는 28일(음력 7월29일)이 생일인 북한 평양음악무용대 교수 김옥배(62)씨는 이날 객실에서 어머니 홍길순(88)씨 등 남한 가족들이 차려준 생일상과 반지, 목걸이, 시계 등 생일 선물을 받았다. 9일이 생일인 안순환(65세)씨도 위암때문에 상봉이 무산될 뻔한 어머니 이덕순(87)씨 등 가족들과 감격스런 생일잔치를 했다. ○…북측 방문단과 남측 상봉 가족들은 17일 2차 개별상봉을 가진 뒤 쉐라톤 워커힐 호텔 지하 1층 「선플라워」에서 뷔페식으로 공동 오찬을 가졌다. 신재순(89) 할머니는 50년만에 다시 찾은 아들 조주경(68)씨의 곁에 앉아서 『슬퍼서 눈물이 나고 기뻐서 눈물이 나고 그런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 할머니는 특히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손자들을 보고 싶은 듯 『위가 딸이지』라며 손자들에 대해 물었다. 조씨는 『딸 둘에 아들 둘』이라고 대답하며 손자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달래고 있었다. 조씨는 『너무 빨리 가 아쉽다. 조금 오래 봤으면 싶은데…』라며 눈시울을 붉힌채 꼭 잡은 어머니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어머니 신씨는 『손자들이 보고 싶다. 그렇지만 법대로 해야지』라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볼 수 있겠지』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훗날」을 기약했다. ○…강원도 춘천시가 고향인 문병칠(68)씨는 『서울에 오기 27일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 가슴에 한이 남는다』고 애통해했다. 문씨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작은어머니를 만나게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며 옆자리에 앉은 작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놓지 못했다. 문씨는 『젊은 사람들은 이 비극을 잘 모를 것』이라면서 『조선사람끼리 단결하고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쪽의 인민화가 정창모(68)씨는 17일 오전 숙소인 서울 워커힐호텔 1603호실에서 남쪽의 여동생 춘희(60)씨와 남희(53)씨, 매부 김병태(72)씨를 다시 만나 『한강의 저녁노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서울의 경치중 제일은 역시 한강인 것 같다』며 『나는 정서적인 그림을 주로 그리는 사람이라 한강의 저녁노을을 주제로 해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환 때문에 어머니 김애란(87)씨를 만나지 못한 량한상(69)씨도 『먼길을 오고도 지척(서울 서교동)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간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같다』며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평양에서 "마음울쩍 평양시내만 내려다 봤다" 친척생일 확인등 마지막 상봉준비 ○…현하룡(73·경기 안산시 시흥동)씨는 『마음이 왠지 울쩍해서 일찌감치 일어나 호텔 정문에서 평양시내를 한참동안 지켜봤다』며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여간 섭섭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채성신(73·경기 하남시 덕풍동)씨는 『어제는 방에 앉아서 여동생을 맞았는데 오늘은 내가 로비에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과 마지막 상봉날이라는 아쉬움 탓인지 남측이산가족 방문단원들은 16일 대동강 유람과 단군릉을 참관하느라 피곤한 몸인데도 17일 아침 일찍부터 호텔 로비에 나와 삼삼오오 상봉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침 식사를 마친 이산가족들은 객실에서 전날 개별상봉에서 다 주지 못한 선물을 꼼꼼하게 챙겼고, 부모님 제삿날과 가족, 친척들의 생일, 가족관계 등 북측 가족들에게 확인한 내용을 메모지에 정리하는 등 담담하게 마지막 상봉을 준비했다.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일원으로 방북한 고(故)장기려 박사의 아들 장가용(張家鏞·65·서울대 의대교수)씨와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가 17일 오전 평양 보통강호텔에서 재북(在北) 가족과 각각 상봉했다. 이들의 상봉은 서울을 방문한 류미영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이 서울에서 비공개로 가족을 만났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씨는 이번 방문단에 포함된 노인들의 건강을 챙기는 의료진으로 방북했으며 이씨는 남북적십자 교류 전문위원 자격으로 방문단에 포함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들에게 북측 가족 선물용으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하나씩 지급했는데 사용방법에 익숙치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호텔 2층 프레스센터에 찾아와 기자들에게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방북단은 17일 호텔 2층 식당에서 두부해삼탕, 소라야채무침, 연어구이, 오믈렛, 조개젓갈, 된장국, 팥죽, 떡 등을 메뉴로 아침식사를 했다. 김두영(69)씨는 『맵지도 짜지도 않고 담백한 맛이 노인들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특히 성심성의를 다하는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너무도 편안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17일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16일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들 방송은 17일 오전 7시 보도에서 평양을 방문중인 남측 방문단이 16일 대동강 유람선 승선 관광에 이어 단군릉을 관광하는 등 평양 시내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또 방북한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일행이 16일 평양지하철 부흥역과 영광역에서 지하철의 시설과 벽화 등을 둘러봤다고 소개했다. 오철수·김홍길·김정곤기자입력시간 2000/08/17 18:0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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