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주목되는 동북아 재난외교

미국 언론들도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뉴스로 도배가 되고 있다. CNN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해로 인해 피폐된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재앙으로 다가오는 후쿠시마(福島) 원전관련 소식을 하루 종일 쏟아내고 있다. 수많은 일본 지진 관련 미국 언론의 보도 중 한국ㆍ중국ㆍ일본 사이에 펼쳐지고 있는 '재해외교'도 포함돼 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중국이 껄끄러운 관계를 뒤로 한 채 발 빠르게 일본을 돕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사지 TIME은 1910~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해 여전히 역사적 앙금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중일 전쟁 등으로 반일 감정이 여전한 중국이 일본에 가장 먼저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다며 "자연재난이 역사적 유감을 초월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까지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벌였던 중국이지만 재난이 발생하자 원자바오 총리는 일본 간 나오토 총리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고 구호팀 파견 등을 했다. 관영신화통신은 지난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때 일본이 도움을 준 만큼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도와야 한다고 논평을 내보내기도 했다. 8만7,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촨 대지진 때 일본 세계에서 가장 먼저 60명의 구호팀을 보냈으며 구호활동을 위해 세계 2차 대전 후 처음으로 군함을 중국 남부에 파견했다. 한국은 41명의 구호팀을 파견했었다. 한국과 중국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동남아 쓰나미와 아이티 지진 때와는 달리 아비규환의 현장에서도 대중교통을 기다리기 위해 묵묵히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왜 일본이 선진국인지 새삼 확인하게 됐다는 반응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 단계 높은 일본정부와 민간의 재해 대응은 배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긴장이 감돌던 동북아의 대립구도가 잠시나마 해소되는 모습이다. 한 미국의 유명 칼럼리스트는 아시아에서 지역적 협력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 국가 리더들의 긴밀한 관계가 필수적인데 이번 지진이 그러한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연 동아시아의 3국이 이번 지진을 통해 공존과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자연재해에 대한 의미 있는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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