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美 중산층의 위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미국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달러 제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지에 대한 원인 찾기도 한창이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정치에 대한 반성도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채무협상 과정의 최대 승자는 티파티라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과소평가됐던 포퓰리즘적인 정치운동이 그 위력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티파티의 영향력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3선 하원의원인 미셸 바크먼 후보가 공화당 대선전초전인 아이오와주의 비공식 예비투표에서 깜짝 1등을 차지한 것도 티파티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국의 과세에 저항했던 보스턴 차 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티파티 운동은 지난 2009년 초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 회생을 위해 7,80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경기부양에 국민세금을 쏟아부어 나라빚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데 대해 반발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는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60여명이 상ㆍ하원에 진출함으로써 정치판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했다.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티파티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중산층의 몰락과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고 모기지를 내지 못해 살고 있던 집을 빼앗기면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다. 2009년 미국의 중산층 비율은 43.1%로 20년 전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줄었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면서도 인력 감축의 칼날을 드리우고 있다. 반면 슈퍼리치(super rich)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건재했다. 미국의 상위 1%는 현재 전체 부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이 비율은 7%에 그쳤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미국의 중산층들은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고소득층과 푸드스템프로 연명하는 저소득층 사이에서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쇠락하는 미국의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티파티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민의 25%가 티파티의 지지자로 분류된다. 불행히도 채무협상에 따른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되고 중산층은 더욱 얇아지게 될 공산이 크다. 내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힘겨운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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