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盧 “서론은 민생 본론은 총선”

연말에 이어 새해를 맞아 쏟아져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짚어보면 `두 마리 토끼 쫓기`의 분위기가 물씬 배어난다. 청와대 참모들이 강조하는 바에 따르면, 올해 노 대통령의 공식적인 화두는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이다. 노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와 관련된 다짐을 챙기고 있다.그러나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인사 등을 만나서 언급한 비공식적 발언은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지난 31일 우리당 소장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 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선관위에 확인해보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총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욕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정치적 발언 대서특필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참모들도 “비공식 발언들이 왜곡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노 대통령의 `총선 관심`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 됐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을 만난 우리당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당의 인지도 제고 등을 위해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우리당쪽에서 보면 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노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경제를 강조하기보다는 정치개혁을 앞세운 총선 드라이브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마리 토끼`중 정치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5일 이 같은 논란을 의식, “당분간 우리당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을 잡지 않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모들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4월까지는 많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3일 제3차 국정토론회에서 “공직사회가 언론에 포위돼 있다”며 다시 언론과의 전선을 강조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노 대통령이 그 동안 일종의 정치적 무기로 언론과의 대립각을 활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총선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노 대통령 발언 비교 - 경제ㆍ민생 관련 발언 ▲내년엔 국민경제가 나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각오를 다잡자(구랍 30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90%가 정책 관련인데 그런 것은 보도하지 않고 어쩌다 정치에 대해 한마디하면 대서특필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구랍 31일, 열린우리당 소장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올해엔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 민생 안정을 이루는데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할 각오(1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우리 모두 노력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민생을 회복ㆍ안정 시키는데 노력을 다하자(2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 노 대통령 발언 비교 - 정치적 발언 ▲우리는 티코를 타고 어렵게 대선가도를 갔지만 (저쪽은) 리무진을 타고 유조차로 기름을 넣으며 달려 훨씬 많이 썼을 것(구랍 30일, 장ㆍ차관급 인사들과의 송년만찬에서) ▲대통령도 정치인인데 무장해제하고 가만 있으란 얘기인지, 대통령으로서 도대체 뭘 하면 되고 뭘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선관위에 묻고 싶다(구랍 31일,열린우리당 소장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변화 속도가 세계기록을 내자면 조용히 가지는 못할 것이고 특히 올해 4월까지는 많이 시끄럽고 6월까지도 좀 시끄러울 것(2일, 장ㆍ차관급 인사 신년인사회) ▲공직사회는 (언론에) 포위된 조직이고 그 포위선에 의해 국민과 분리돼 있는데 (언론이) 비춰주지 않으면 스스로 발광해야 한다(3일, 제3차 국정토론회에서)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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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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