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물가 관치로 잡히나] "수출기업만 기업이냐" 내수업체들 볼멘소리

“수출기업 위해 원화약세 방치하면 우린 죽으란 말이냐” 도 넘은 물가 단속과 맞물리며 내수기업 불만 증폭 식품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정부의 물가 단속으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출기업만 기업이냐”는 볼멘소리 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고환율(원화약세)을 방치하면서도 내수 기업에게는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제품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라는 압박을 강화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는 데 따른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정부의 물가 잡기 행보가 언뜻 먹혀 들고 있는 듯 보이지만 3월부터 풍선효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넘어 한계 상황에 이른 곳이 적지 않다. FN가이드 전망에 따르면 영남제분의 경우 지난해 8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년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은 무려 44% 감소해 60억원에 그쳤다. 대한제분과 동아원 등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제분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2,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고, 사조해표도 영업이익이 46.87% 급감했다.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체들도 연초부터 계속되는 정부의 물가 압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김동수 공정위 위원장은 롯데와 신세계 등 업체 대표들을 불러모아 ‘유통점들의 판매수수료가 매우 높다’며 2ㆍ4분기까지 판매수수료를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유통점 관계자는 “영업 비밀인 판매수수료 공개는 기업 입장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라며 “판매수수료를 볼모 삼아 추가적인 물가 대책을 내놓으라는 얘기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가 업체들에게 세무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위협으로 물가 대책에 협조할 것을 공공연히 협박한다는 얘기가 나도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우유가 커피 전문점 등에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최대 65%가량 인상키로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지 반 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기조, 과잉 유동성 등에 대한 뾰족한 대책 없이 내수 기업에만 물가 불안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곯았던 상처(제품 마진률 저하)들이 터져 ‘물가 폭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의 물가 잡기 정책이 단기 성과가 아닌 우리 경제에 미치는 다각적 영향을 감안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항간에는 정부가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물가를 잡으려 들 것이란 전망도 나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