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최악 사태 면했지만… 유로존 리더십 부재 한계 드러내

"흥청망청 부자국 왜 빈국이 돕나" 슬로바키아 반대 목소리 표출<br>EU지도부 정치적 구속력 없어 대책없이 회원국 결정만 주시<br>EU 2주후 그랜드플랜 발표 구제금융·자본확충 예정대로<br>EFSF도 재투표서 통과 예상


'인구 550만명의 유로존 최빈국이 글로벌 경제를 혼돈에 빠뜨렸다' 벼랑 끝으로 치닫던 유로존 재정위기가 일단 한숨을 돌리는 가 싶더니 슬로바키아의 '태클'로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전문가들은 슬로바키아 의회가 재투표를 거쳐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확대안을 조기에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유로존 리더십 부재부터 역내 양극화 문제, 자국 이기주의 등 뿌리깊은 문제점이 드러나 근본적 위기해결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제금융에 차질 빚나= 슬로바키아의 부결소식이 전해지자 프랑스 등 유로존 회원국들은 일제히 슬로바키아 정치권에 조기 재투표를 통해 승인절차를 진행하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슬로바키아 정치권도 ESSF 확대원칙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아 조만간 재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야당은 집권당으로부터 총리 실각이라는 정치적 양보를 얻어낼 경우 흔쾌히 EFSF 확대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슬로바키아 정치권은 이미 재투표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최빈국인 슬로바키아가 다른 경제대국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감내하고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슬로바키아가 현재 EFSF에 기여하는 분담금 비중은 전체의 0.99%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슬로바키아 의회가 재투표에서도 EFSF 확대안을 부결한다면 일단 EFSF 증액이 어려워진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역내 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등 유로존 위기 해결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슬로바키아 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16개국이 동의한 내용으로 증액안을 관철시킬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로존 17개국의 승인을 다 받아야 하는 조항은 EU조약에 명시된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구제금융 확충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슬로바키아가 증액규모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이를 줄여줄 안을 새로 만들어 통과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 표면위로=이번 슬로바키아 의회의 부결로 실타래처럼 꼬인 유럽각국의 극심한 이기주의가 증명됐다. EFSF 확대안이 슬로바키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유로존 내 양극화 때문이다. 당초 출범때부터 안고 있던 부자국과 재정위기국, 빈국의 여론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바키아는 인구가 550만 명으로 유로존에서 가장 작고 두번째로 가난한 나라다. EFSF를 확대할 경우 슬로바키아가 추가로 부담할 분담금은 43억7,100만 유로에서 77억2,700만 유로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가 왜 흥청망청 낭비해 어려워진 부자나라를 도와야 하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EFSF 확대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위기 탈출의 최대 걸림돌이다. 이미 각국 의회에서 EFSF 확대안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번번이 정치적 대결로 번졌다. 뉴욕타임스는 "슬로바키아와 같은 작은 국가의 정치적 갈등이 4,400억유로 규모의 EFSF를 확대하는 문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유로존 시스템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콘트롤 타워'가 없다=슬로바키아 의회의 EFSF확대안 부결은 유로존에 내재돼있던 갈등이 불거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EFSF 확대안은 유로존 17개국이 모두 승인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16개국은 모두 승인한 상태다. 슬로바키아 의회가 끝까지 EFSF 증액안을 승인하지 못하면 증액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유럽연합(EU)관계자들도 슬로바키아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그러나 정치적인 힘을 지니지 못한 EU지도부는 손 놓고 슬로바키아의 결정만을 기다려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위기의 고비마다 유로존 지도부는 위기 확산을 막을 만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당시 유로존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중을 3%로 유지해야 한다는 '안정성장협약(SGP)'을 체결했다. 하지만 정치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최소한의 재정건정성 안전장치였던 이 협약은 무용지물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내 정치적 구속력이 없는 상황에서 남유럽 국가의 방만한 재정 운영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강제적 제재 장치를 가질 수 없었다"며 "결국 재정위기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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