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세계경제 지각변동에 대비하자


미국과 유럽의 경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세계경제의 축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개도국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세계사적인 변화는 한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그 기회를 잘 살린다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중심국가로도 도약할 수 있다. 지금 이 장밋빛 전망이 어려운 대내외 현실을 도외시한 잠꼬대로 들릴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우선 과거를 좀 돌아보자. 산업혁명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경제의 거의 삼분의 일을 차지했다. 그 자리를 놓고 영국과 스페인ㆍ네델란드 등이 각축을 벌이다가 결국 영국의 승리로 돌아갔고 후발국인 프랑스와 독일 등이 가세해 유럽의 시대가 열렸다. 20세기를 전후해 미국의 경제력이 추월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근 백년 동안 세계경제를 선도했다. 중심축이 이동할 때마다 세계경제는 외연을 넓혔다. 동양에 국한된 경제발전이 유럽으로 확대되고 다시 신대륙으로 전파된 데 이어 구소련의 몰락 이후에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까지 참여하면서 아시아가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즉 앞으로는 오대양과 육대주가 전부 우리의 활동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신흥개도국으로 생산의 70% 가까이를 수출로 실어내고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소비재와 자본재 및 부품이 신흥개도국의 경제개발에 따른 수요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197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중화학공업과 1980년대 이후부터 추진한 정보기술(IT)산업이 지금 와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경제의 판도 변화가 제공하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은 제조업의 국내생산기반을 유지하고 확충하는 것이다. 이번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선전하는 독일과 중국ㆍ한국의 공통점은 모두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다. 제조업은 경제의 근본이며 허리이다. 제조업을 포기하고 서비스산업을 선택한 영국과 미국의 선례에서 우리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과거에 했던 것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자문해보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른바 신성장동력 산업에 쏟아 붓는 정부와 민간의 열정과 의지는 확고하지 않다. 중국은 지금 저부가가치ㆍ저임금산업은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으며 국민의 소비 역시 양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고급화되고 있다. 10~20년 후의 중국 경제에 적합한 상품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중국에 우리 시장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을 병행 발전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상하게도 두 산업을 동시에 갖는 나라를 지금까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은 서비스 강국(제조업 취약국)이고 독일과 일본은 제조업 강국(서비스 취약국)이다. 한국도 지금은 서비스산업이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 앞으로의 서비스산업은 IT를 응용한 융복합기술 산업이 지배할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IT 강국이므로 융복합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칸막이를 없애고 정보를 공유하며 방송과 통신을 통합함으로써 제조업과 서비스로 무장하고 새로이 부상하는 국가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준비를 통해서 우리의 역량을 키우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대외개방을 계속해 자본과 기술과 사람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동시에 한국으로 모이는 중심국가를 지향하면 아시아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양극화와 상생 등 국내적인 갈등 치유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반면에 세계경제의 판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미리 대비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어려운 국민 생활과 중소기업을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취지가 복지 확대와 격차 해소에 모아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적자본 육성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겨냥해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제의 부진은 단기적으로는 세계 수요의 위축과 그로 인한 교역 둔화 때문에 한국과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신흥 개도권지역은 자체적인 내수의 확대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리밸런싱 전략이다. 중국은 이미 12차 5개년계획에서 내수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내수를 확대해 수출과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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