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리스크 관리 부실로 기업손실 눈덩이

국내 기업과 은행들의 환리스크 관리가 부실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특히 외환 헤징을 기피하는 바람에 원화환율이 해외 핫머니에 의한 공격과 국제 외환시장 변동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보험적 성격을 띠고 있는 선물환 거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다 최고경영자들이 헤징에 대한 위험을 담당임원들에게 전가하려 해 헤징 기피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은행이 외환 헤징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헤징폭을 확대한다면 원화환율이 보다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에 통화방어라는 헤징수단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환차손을 비록한 환거래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겪은 지난 97년 중 국내 제조업체들의 환차손은 6조8,000억원으로 외화부채 평가손을 반영할 경우 12조원에 이르며 이는 전체 매출액의 3.1%에 달한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신용력이 있기 때문에 환율변동 위험에 나름대로 대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거의 헤징을 하지 않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대기업 143개사 중 68%인 97개사가 외환 헤징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32%(46개사)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은 142개 응답회사 중 헤징을 하고 있는 회사가 25.3%에 불과하고 74.7%는 헤징을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헤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외환거래 비중이 크지 않다」가 31%로 가장 많았고 환위험 관리수단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30%) 경영자들의 인식 부족(15%) 과다한 거래비용(12%) 인식부족(11%)의 순이었다. 재벌기업에서는 헤징을 하다 손실을 볼 경우 오너가 해당임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용로(尹庸老) 재정경제부 외화자금 과장은 『기업들이 헤징을 기피하는 바람에 원화환율 변동폭이 커지고 외부변화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며 선물환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선물거래소의 거래건수는 하루 평균 6,000건으로 거래소측이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하루 2만5,000~3만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고객(개인 또는 회사)과 은행 사이에 이뤄진 선물환 거래 규모는 450억달러로 수출입 거래와 일반 외환거래 규모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금융권과 기업에서는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투기성 외환거래가 거의 없고 실거래 위주이지만 외환거래액에 대한 헤징 비율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이창복(李昌馥) 한국은행 외환시장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외환 헤징이 투기의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헤지를 하지 않아 손해볼 경우 이를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영기자INKIM@SED.CO.KR 입력시간 2000/03/15 18:05

관련기사



김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