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대우조선 투자자금이 없다"

'돈줄' 막혀 조달금리도 크게 올라<br>매각가격 6조원대 넘기 힘들듯<br>국민연금과 손잡는 곳이 인수 유력


시중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 매각가격이 6조원대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투자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종 연기금들이 국민연금과 한 배를 탈 것으로 보여 결국 국민연금과 손을 잡는 곳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산업은행은 28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포스코ㆍGS홀딩스ㆍ한화석유화학ㆍ현대중공업을 예비입찰대상자로 통보했다. 이들 4곳은 오는 9월 초 예비입찰과 3주간의 실사를 마친 후 10월 초 본입찰에 나선다. 입찰자들은 본입찰에 참가할 때 투자자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LOC는 투자의향서(LOI)와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의 확약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의 적정 매각가격이 6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입찰 기업들은 절반을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해도 나머지 3조원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4곳이 3조원씩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LOC를 받아야 하는데 시중의 투자자금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투자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곳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가장 큰 투자처인 은행들의 돈줄이 막혀 있다. 은행들이 올 하반기 자산확대 경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ㆍ하이마트ㆍ대한통운 등에 투자한 돈도 아직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7%대로 뛰어올랐다. 은행들이 한달에 4조~5조원가량의 은행채를 발행하지만 자금여력이 많지 않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행장은 "조 단위의 돈을 한 곳에 투자한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입찰 기업별로 현금 유동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현대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이 3조7,690억원,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7조2,857억원으로 가장 많고 포스코가 3조5,362억원, 한화가 2조5,738억원, GS홀딩스가 1조4,785억원의 순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도 4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이 있지만 대우조선 인수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대우건설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풋(자금회수)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투자자금 시장도 얼어붙어 사모펀드(PEF)를 제대로 구성할 수 없다"며 "올 초 10조원까지 올라갔던 대우조선의 가격이 6조원대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결국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국민연금을 누가 유치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누가 인수하느냐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사실상 연기금이 결정권을 쥔 상황에서 상당히 많은 고려를 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결정하는 곳에 다른 기금들도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연금을 잡으면 2조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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