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응답하라 교외선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이다. 자고 일어나면 달려오는 변화의 바람에 익숙했던 과거는 순식간에 우리와 작별을 고한다. e메일에 밀려난 편지와 빨간 우체통이 그렇고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질주 속에 사라져 버린 비둘기호와 통일호 열차가 그랬다. 문뜩 뒤돌아보면 그동안 우리가 버린 과거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떨어진 낙엽처럼 수북이 쌓여 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로 시작되는 1980년대 대중가요를 듣다 보면 아련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교외선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을 실어 나르지는 않지만 한때 대성리~가평~춘천을 잇는 경춘선과 함께 대학생 최고 MT철도였다. 아무 준비 없이 떠나도 마음 맞는 친구 또는 연인만 있으면 가능했던 31.8㎞의 여행. 그래서 1963년 개통 이후 2004년까지 41년간 매년 4만명 이상의 청춘들이 덜컹거리는 통일호에 몸을 싣고 울긋불긋한 단풍과 꽃 천지를 찾아 장흥으로 송추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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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교외선을 멈추게 만든 표면적인 이유는 자동차의 급증. 하지만 그 내면에는 쪼개지고 갈라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 어려서부터 대학만 바라보고 뛰어온 청년들은 정작 상아탑에서 직장이라는 또 다른 입시 장벽에 마주서야 했다. 12년간 해온 남과의 전쟁도 모자라 4년을 또 홀로 서야 하는 처지. 이기적이고 파편화된 청춘 속에 MT도 친구도 사라져 갔다. 함께 하는 열차 역시 자신의 공간을 제공하는 자동차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교외선은 추억만 담은 7개역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다.

△최근 양주와 의정부, 고양시 등 경기 북부 주민들이 교외선 재개통을 주장하고 나섰다. 죽어가는 지역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촉구대회까지 열었다. 반응이 없는 건 아니다. 코레일에서 하루에 한번 이벤트 열차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정도로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옛 추억을 현실에서 만난다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 장흥의 낙엽 길을 밟는 젊은 날이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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