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쌀 협상 관세화유예 집착 말아야

쌀시장 개방 폭을 결정하게 될 쌀 협상 시한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그동안 과세화 유예 연장을 기본방침으로 하되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받아낸다는 목표 아래 미국ㆍ중국 등 9개국과의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화를 유예하려면 현재 국내 쌀 소비량의 4%인 최소의무수입물량(MMA)을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8.0~8.9% 수준까지 늘리고 소비자 시판 비중도 의무수입물량의 75%까지 허용해 달라는 조건이 제시됐다. 물론 당초 요구한 의무수입물량인 15%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치지만 이런 조건이라면 390% 정도의 관세로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게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이다. 환율 및 국제 쌀값의 변동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결과 등에 영향을 받겠지만 대략 의무수입물량 7.5% 이하라야 관세화 유예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화 유예가 결정되면 내년부터 당장 3,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수입물량 증대를 감수하더라도 관세화 유예에 따른 이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국내 쌀 생산의 붕괴위험을 피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나중에 관세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타이완이 유예기간 중 관세화로 돌아선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쌀시장 개방 절대 불가’라는 목표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한번 수입한 의무수입물량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후에도 계속 지켜야 하고 관세율도 유예기간 동안 계속 낮아져 향후 관세화로 전화할 때는 낮은 관세를 적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을 늦추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관세화 유예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치밀한 계산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부과금이라는 또 다른 변수도 고려하지 않고 쌀시장 개방저지에만 매달려 다른 농산물시장을 다 내준 UR 협상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