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해외펀드 '묻지마 투자'

“국내 증시도 중장기적으로 좋겠지만 상반기에는 불안하잖아요. 그러니까 해외 주식형 펀드에 하나 가입해두면 좋습니다.” 6일 오전 여의도 모은행 지점의 직원은 투자상담을 위해 창구를 찾은 고객에게 해외 펀드에 대한 안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고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은행 직원은 국내외 펀드의 수익률 기록까지 보여주며 해외 펀드의 장점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의 조정이 길어지면서 은행이나 증권사 펀드 상담창구에서 이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올들어 해외 펀드 판매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직ㆍ간접 투자한 해외 펀드가 지난달 말 현재 5조7,355억원에 달하고 있고 여기에 외국의 자산운용사들이 판매한 역외 펀드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팔린 해외 펀드 규모는 12조원에 달한다. 올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펀드 판매 증가는 분산투자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해외 펀드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해외 펀드는 투자 방법에 따라 직접투자 펀드, 펀드 오브 펀드, 역외 펀드 등으로 복잡하고 지역별ㆍ유형별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달러화나 유로화 등 해외 통화로 투자돼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문제가 있고 나중에 환매할 때 국내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15.4%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총보수(판매수수료+운용수수료 등)도 3% 안팎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2.5%가량)보다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복잡한 해외 펀드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펀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가 급변할 경우 투자자가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펀드를 파는 은행 등에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관계 당국이나 협회ㆍ펀드평가사 등에서도 아직까지 해외 펀드를 전체적으로 취합해 수탁고를 집계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미흡한 게 현실이다. 지난해 초부터 불기 시작한 펀드 열풍 당시의 ‘묻지마식 투자’ 양상이 해외 펀드에서 재연된다면 시장의 발전에도 개인의 자산 증식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든 판매 은행이든 차분한 가운데 치밀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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