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다. 뱀이란 작은 눈,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몸뚱이, 무서운 독을 품은 채 날름거리는 혀 등으로 두려움과 흉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장할 때마다 허물을 벗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고 많은 알과 새끼를 낳아 풍요와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면 한 해 운수를 알아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듯이 자본시장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뱀의 해에 자본시장의 운수가 궁금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은 유럽의 재정위기 장기화, 글로벌 경기부진 심화 등으로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올해의 자본시장 운수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가의 향방이나 지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박수무당의 느낌으로 말하고 싶다.
첫째는 오랫동안 금융시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느끼는 감이다. 그동안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으로 주가 및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과 중국 등이 시행한 경기부양책이 효과가 나타나고 유럽의 재정위기가 완화돼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든다.
둘째는 뱀띠 해의 주가변동률이다. 현재의 종합주가지수가 만들어진 지난 1980년 이후 동물의 띠를 가지고 연간주가상승률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토끼 해가 87.7%로 가장 높았으며 뱀의 해는 평균 18.87% 올랐다고 한다. 물가상승과 고유가 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웠던 1989년에도 0.28% 상승했다고 하니 올해에도 상승하지 않을까 한다.
셋째는 2013에 대한 느낌이다. 필자는 지난 2일 2013년 증시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여했다. 올해 증시는 어떻게 시작할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그날 개장 종합주가지수가 2013포인트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2013년과 올해 개장 종합주가지수의 숫자가 같았다. 새해에 오는 눈을 상서로운 눈(瑞雪)으로 생각하듯 나는 2013포인트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가 상서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계사년이니 뱀의 특성을 믿고 싶다. 뱀은 비늘을 곧추세워 앞으로 기어가며 뒤로 다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부디 올해의 자본시장은 뱀처럼 뒤로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