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회의원이 이불 뒤집어쓰고 웃는 이유


영업 중에서 자동차∙약∙보험 영업이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지역구 예산 따내기도 간단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지역 예산을 따내기 위해 1년 내내 예산전쟁을 치른다. 지역구 예산전쟁은 4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매년 6월이 되기 전까지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각 부처로부터 예산 기획안을 접수하고 이를 전체 예산에 맞춰 가편성을 한다. 이때까지 어떻게 하든 지역구 사업을 끼워 넣어야 한다. 나중은 없다. 2단계는 매년 8월 말까지다. 청와대가 장기 예산전략에 비춰 가편성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조정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구 예산이 누락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로비한다. 3단계는 매년 11월 말까지다. 국회로 넘어온 예산을 각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심의한다. 국회의원들끼리 영업하는 게 가장 어렵다. 지역 예산에 관련된 의원들에게 수시로 문안인사를 드리고 작은 정성 표하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된다. 4단계는 매년 12월 어느 시점까지이다. 국회 예결특위 내 계수조정소위에서 최종 수치를 조정한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보좌관을 회의실 밖에 24시간 대기시킨다. 유사시 회의장으로 출동해 읍소 작전은 물론 배째라식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예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장관을 상대로 설득과 압박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관철하는 톱-다운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어림도 없다. 바텀-업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영업전을 펼친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언론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대대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국가 재정은 나 몰라라 하며 자기 지역 예산 챙기기에만 열중했던 톱10 의원 명단을 발표한다. 여론이 들끓는다. 그날 밤 톱10 안에 들어간 의원은 혼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웃는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동시에 지역구 머슴이다. 중앙에서 동네로 예산을 따오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 좋든 싫든 그것이 현실이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지역구 의원이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따왔는지 살펴보셨는지 모르겠다. 18대 국회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최후의 예산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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