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두뇌를 붙잡아라」세계 굴지의 통신회사인 AT&T가 고위급 간부들의 무더기 이직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7년 하반기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이 취임한 이래 AT&T를 떠난 간부는 줄잡아서 12명. 하나같이 기술 업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다.
미국의 시장 조사업체인 양키 그룹의 운영책임자(COO) 브라이언 애더믹은 『AT&T만큼 경영 두뇌가 많이 빠져나가는 회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3일자)에 따르면 비즈니스 사업본부장을 역임하던 제프리 바이첸은 98년 말 AT&T를 떠나 지금은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인 게이트웨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아 있다. 전 고객서비스 본부장 게일 맥거번은 피델리티 사장으로, 지난해 개인서비스 본부장직을 떠난 다니엘 슐만은 1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받고 인터넷업체인 프라이스라인 닷 컴의 사장으로 각각 옮겨 앉았다.
97년 1.5%의 성장률에서 99년 6.2%로 해마다 성장세를 배가시켜 온 AT&T이지만 정작 회사를 이끌어야 할 주요 간부들은 하나 둘 떠나고 주가도 99년 5월 최고치에서 28%나 하락, 회사의 앞날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간부들이 AT&T를 등지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우선 AT&T가 뉴 이코노미의 조류를 재빨리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유능한 간부들의 잇딴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워낙 거대한 조직이니만큼 전화회사에서 인터넷 회사로의 변신에 걸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의 인터넷 업체로 떠나가는 경우다.
또 우수한 인재 풀을 자랑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같은 점때문에 AT&T가 헤드헌터나 신설 업체들의 최대 사냥감으로 등장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프라이스라인 닷 컴으로 떠난 슐만 사장도 인터넷 신설업체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경우.
게다가 암스트롱 회장의 고압적인 경영 스타일도 그의 주변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경영상의 주요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그의 방식에 각 사업 본부장들이 불만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전직 고위 간부는 『암스트롱 회장은 회장인 동시에 CEO, 사장, 운영책임자 역할을 한데 합쳐 놓은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간부들의 퇴사가 잇따르자 AT&T는 직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행사 권한을 확대하는 등 「뒷덜미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AT&T가 「한물 간」 기업이 아니라는 확신을 고위 간부들에게 확실히 심어주기도 전에 내부적인 동요로 AT&T가 심각하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