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인 하루 1.8리터 페트병 185통 흥청망청… 덴마크의 3배

[창간52 물이 샌다] <상> 물을 물쓰듯 쓰는 나라<br>수도料 선진국보다 최고 7배 싸… 가계 지출 비중도 0.2%에 그쳐<br>수도관도 22%가 20년이상 노후… 재원 없어 시설 투자 지지부진<br>연간 8억톤 줄줄… 손실액도 6조




1인 하루 1.8리터 페트병 185통 흥청망청… 덴마크의 3배
[창간52 물이 샌다] 물을 물쓰듯 쓰는 나라

나윤석기자nagija@sed.co.kr




























수도料 선진국보다 최고 7배 싸… 가계 지출 비중도 0.2%에 그쳐
수도관도 22%가 20년이상 노후… 재원 없어 시설 투자 지지부진
연간 8억톤 줄줄… 손실액도 6조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54)씨는 찝찝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하루 두 차례 샤워, 다섯 차례 양치질은 기본이다. 요즘에는 날이 더워 그나마 샤워가 한 번 더 늘었다. 설거지·세탁 등 각종 가사업무에 소비되는 물까지 고려하면 박씨가 하루 쓰는 물량은 ‘1.8리터 페트병 185통’은 너끈하다. 그럼에도 박씨는 특별히 물 소비량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박씨 역시 ‘물을 물쓰듯 쓰는 나라’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물 소비량 선진국 2배=지난 2011년 9월 환경부가 낸 ‘2010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무려 333리터에 달한다. 영국(139리터)·독일(151리터)보다 2배 이상 많으며 덴마크(114리터)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나 차이 난다. 그나마 선진국 가운데 물 소비량이 많은 프랑스(232리터)보다도 100리터 이상 많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한국의 이러한 물 과소비는 수도 요금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글렌 다이거 국제물협회(IWA) 회장 역시 “한국의 물 소비량이 많은 것은 물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직언했다.

실제로 한국의 1㎥당 지방상수도 평균 요금은 610원(광역상수도요금 292.5원)으로 제일 비싼 덴마크(4,612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3,555원)ㆍ프랑스(3,459원)의 17%ㆍ18%선이며 영국(2,210원)과 비교해도 28%에 불과하다. 일본(1,580원)ㆍ미국(1,377원)ㆍ이탈리아(1,003원) 등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평균 요금은 각 나라의 39%ㆍ44%ㆍ61% 선이다.

수도요금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국의 경우 0.2%에 불과해 덴마크(0.9%)· 프랑스(0.7%)·영국(0.6%) 등에 비해 훨씬 낮다.


◇20년 이상 노후관이 전체 22%…지지부진한 시설투자=선진국의 7분의1 이하로 저렴한 수도 요금이 자연스럽게 물 과소비로 이어지면서 수도관의 노후화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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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7.7%, 지방상수도관 총연장은 16만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전국적으로 3만5,000㎞ 정도다. 낡은 상수도관으로 인해 허비되는 수돗물의 양은 한 해 8억여톤에 이른다.

최근 10년간(2001~2010년) 상수도 누수량은 84억톤이며 이에 따른 재정 손실액만도 6조원에 이른다.

2개 이상의 지자체로 물이 공급되는 광역상수도관 역시 4,957㎞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1,074㎞로 22%에 달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싼 물값으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 최근 5년 간 개량된 수도관은 109㎞(연 평균 21.7㎞)에 불과했다.

정부는 2009년 ‘수도정비기본계획’을 수립, 노후관 교체·절수기기 설치 등을 위해 오는 2016년까지 총 6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재원이 모자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역시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영래 한국수자원공사 요금정책팀장은 “2005년 이후 회수하지 못한 원가만 1조6,000억원”이라며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매년 5,000억원 이상 재원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2011년까지 상수관망 총 2만3,839㎞를 개선하기 위해 총 6,048억원의 국고를 지원했으며 ‘상수관망 최적화 사업’에 따라 재정자립도 30% 미만 지자체 46곳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979억여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고 보조를 받는다 해도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되는 지자체들이 나머지 재원을 확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 부족으로 수도 사고는 갈수록 늘어=반면 노후관 개량 및 교체 지연에 따른 관로 파손, 물 공급 중단 등의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2005년 51건이던 광역상수도의 관로 사고는 ▦2006년 70건 ▦2007년 52건 ▦2008년 69건 ▦2009년 78건 ▦2010년 104건을 기록했다. 노후화에 따른 관로 사고 건수가 5년 만에 100%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노후관 길이는 656㎞에서 1,074㎞로 64% 늘었다.

지난해 구미시의 단수 피해와 서울 방이동의 단수 사고는 수도관 노후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난해 5월 구미시 전역에서는 5일 간 단수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32건의 집단소송을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등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지역 기업체들도 조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했다. 급기야 구미시 역시 지자체 차원에서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아직까지도 이 소송은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1월에는 서울 방이동의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서 3일 동안 3,000여가구가 단수 피해를 입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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