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이력서 수십장 내도 찾는 곳 없어…"

■ 경기침체 '한파'… 서울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가보니<br>실직자 느는데 일자리는 줄어 구직난 심화<br>구직교육 하루100명 달해 전년比 10% 늘어<br>9월까지 실업급여 지급액도 17.7%나 껑충

서울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실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업급여 수급자격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대치동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수급자격 설명회장을 찾은 조모(27ㆍ여)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은행에서 사무보조일을 하던 조씨는 지난 9월 말 회사 측의 비정규직 외주화 방침으로 계약 연장을 하지 못했다. 실직 후 한 달 내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헛수고였다. 조씨는 “월급이 끊기면서 보험료와 휴대폰 요금을 내지 못해 보험이 실효되거나 휴대폰이 정지되지 않을까 조급해진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취업상담과 구직활동을 병행하려고 하는데 벌써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취업알선과 실업급여 지급 등의 업무를 보는 고용지원센터가 요즘 들어 부쩍 바빠졌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여파로 실직자가 점차 늘고 있는데다 일자리 감소로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실업급여 신청과 취업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강남ㆍ서초구를 관할하는 강남센터의 경우 하루 평균 8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홍선희 취업지원팀 상담사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구직교육을 받는 실직자가 하루 평균 50~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늘었다”며 “특히 하반기부터 실업급여 지급자와 지급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10월까지 강남센터를 통해 지급된 실업급여는 총 368억4,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억원가량 증가했다. 5월까지 전년 대비 4% 안팎이던 실업급여 지급자 수 증가율이 6월 12.1%로 껑충 뛰더니 9월에는 20.3%나 늘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과 전체 지급자 수는 2조1,452억원과 78만1,8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7%와 13.2%가량 증가했다. 장미혜 소장은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증가하고 실업급여 신청률이 높아진 데도 원인이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권고사직ㆍ계약만료ㆍ고용조정ㆍ도산폐업 등으로 비자발적 이직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기업체를 상대로 매주 한차례 고용 관련 지원제도 설명회를 갖고 있지만 구직난 등으로 취업률 1% 올리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60%를 약간 상회하는 강남센터의 평균 취업률은 20~30%대에 머물고 있는 다른 센터의 두 배가량 되지만 올해 취업률은 전년 대비 1.16%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노무법인에서 5년간 일하다 8월 말 실직한 뒤 이날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모(35)씨는 “그동안 주로 맡아온 인사ㆍ총무 쪽 일을 하고 싶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분야를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다”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센터를 빠져나갔다. IMF 외환위기 당시 초대 강남센터장을 맡아 물밀듯이 밀려드는 실업자들을 상대했다는 장 소장은 “그때도 실업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렸다”면서 “만약을 대비해 센터 규모를 확장하고 직원들의 상담기법을 더욱 향상시키겠지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져 대량 실업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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