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본시장 기능 제대로 못하는 증시

상장사들이 최근 6년 동안 주주관리 비용으로 들인 돈이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39조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래소시장에 상장한 598개의 12월 결산법인은 자사주 매입에 22조원, 현금배당에 47조원 등 모두 69조원을 증시에 넣었다. 2001년 이후 연평균 18%씩 주주관리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이들 기업은 유상증자 27조원, 기업공개(IPO) 3조원 등 총 30조원만 주식시장에서 조달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기업자금의 증시 역류현상이 심각한 셈이다. 국내 증시가 자본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우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지만, 다음으로는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로 주주환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호지분 확보는 기업의 또 다른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물량이 줄어들면 주가하락을 막아 주주이익을 높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마친 기업의 이익구조가 탄탄해지자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현금배당 등의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주의 이익을 높이는 것을 무턱대고 탓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첫번째 이유가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것인 만큼 지나치게 주주 몫만을 늘리는 것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투자해야 할 재원을 소진해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친 기업자금의 증시역류 현상을 막아 상장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가를 유인하려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으나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도리어 투자유치의 급소라고 판단된다.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황금주 도입 등을 상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등 경영권 보호장치도 물론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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