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환율대란 안팎서 곯는다

◎바이어들 수출가 인하요구속 수입부담 눈덩이/내년 투자·매출계획 처음부터 다시 짤판/기구축소·구조조정 등 불구 약효엔 의문『내년 1월까지 일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봐야 할 형편이다. 내년 경영계획의 3대지표인 환율 금리 성장률이 모두 빗나가는 등 경영환경이 세팅이 안된 상황에서 전략수립과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삼성그룹 비서실 전무) 재계가 「금융대란」으로 망연자실해 있다. 모든 경영환경이 요동치고 혼란에 빠지면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 인사, 투자, 해외사업 등이 차질을 빚은 채 표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립한 내년도 투자와 매출목표는 전면 재수정,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다 큰 문제는 환율 1천원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일반적인 인식처럼 수출증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환차손에 원자재 및 설비도입 부담이 가중되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 등 주요그룹들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침으로 환율을 9백10∼9백50원으로 잡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환율대란이다. ▲환율대란=수출효과는 없고 환차손만 커지고 있다. 한국의 환율변화를 꿰차고 있는 바이어들이 수출단가 상승분 만큼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수출기업들이 보는 재미는 없다. 반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원료와 선진국이 독점공급하는 설비에 대해서는 깎을 수 없다. 수출에서 남는게 없고 수입에서 큰 손실을 보는 꼴.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수출단가는 내려야하고 핵심설비 등의 도입부담은 가중되고 환차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안으로 곪아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차손 부담은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 LG그룹은 원화환율이 1원 오를 경우 매일 90억원의 환차손을 입을 정도다. 삼성전자도 연말까지 1천원까지 올라갈 경우 1조원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표류하는 사업계획=주요그룹들은 막바지 작업을 벌여온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수정, 원점에서 다시 짜기로 했다. 기업들은 계열경제연구소의 환율전망치를 토대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왔으나 환율급등으로 이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달러당 9백1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짠 현대는 환율추세를 본다음 투자 및 매출계획을 다시 짤 계획이다. 삼성도 9백30∼9백50원을 기준으로 1차 계획안을 마련했으나 전면 수정에 들어갔고 LG는 최근 구본무회장에게 내년 사업계획을 보고하면서 기준환율을 일단 9백50원으로 잡았지만 외화도입이 많은 반도체, 전자 등은 다시 짜기로 했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내년 사업계획을 발표한 선경은 환율기준을 9백15원으로 책정했으나 이를 수정하기로 했다. ▲경영 패러다임의 전면개편=기업들은 환율 금리 성장률 등을 미리 설정해놓고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전략경영」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대란은 이같은 경영전략을 붕괴시키고 있다. 최근 재계에 유행병처럼 번진 21세기 중장기비전도 「휴지조각」이 될 처지가 된 것. 이에따라 예상가능한 경영환경 변수를 상정, 해당 변수에 맞게 신축성있게 경영을 하는 「시나리오경영」 「시뮬레이션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LG, 대우, 쌍룡 등은 이미 내년 경영환경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신축적인 경영계획을 수립, 운용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우회장실 김우일 이사는 『환율 1천원시대가 현실화되는 등 환율변동으로 중장기계획을 수립한다는게 무의미해지고 있다. 원자재 및 제조원가, 수출목표를 책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응책=주요그룹들은 나름대로 대책을 찾지만 「중환자」를 살릴 「묘약」은 없다는 시각이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쓸 수는 있지만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것. 지금같은 외환대란에 대응, 달러화 외에 프랑, 엔 등으로 외화조달원을 다원화하고 조직축소, 인원감축, 한계사업 철수 등 사업구조조정으로 난국돌파를 꾀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비서실인력을 50%이상 줄이고 계열사별로 대대적인 인력재배치와 감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우는 국내사업 축소와 해외사업 확대 등 이원적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으며 쌍용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있는 신상품을 개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불요불급한 부동산과 법인을 매각할 방침이다. 현대는 달러화 외에 도입외화의 다원화, 경비절감과 생산성향상, 부동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건전화,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확대에 나서기로 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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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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