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설] 의료폐업 더 이상 명분없다

[사설] 의료폐업 더 이상 명분없다의료기관의 폐업사태가 4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발전대책을 발표했지만 의료계는 이를 거부했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전공의·전임의에 이어 의대교수들까지 외래진료를 거부한 이번 재폐업사태는 심각하다. 문을 닫는 동네 병·의원들이 늘어나 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죽거나 자살하는 환자까지 나오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정부의 보건의료발전대책에는 의료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사항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의료수가 현실화와 진찰료·처방료 인상 등 의료기관의 적자구조 해소방안과 전공의 처우개선, 의과대학 정원감축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수가는 단기간 내에 너무 올려 국민들의 허리만 휘게 됐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을 정도다. 의사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임의·대체조제도 시행령만 좀더 가다듬으면 그들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이를 거부하고 재폐업을 강행했다.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약사법 재개정을 보장하지 않으면 폐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정부의 대책은 의료계의 요구수준의 100%에는 못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모든것을 얻으려는 자세는 공감을 받을 수 없다. 그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국민들은 의사들의 끝없는 집단행동에 지칠 대로 지쳐 있으며 짜증은 이제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구속자 석방과 약사법 개정이 아무리 중요해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앞설 수는 없다. 여론을 외면한 투쟁이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 의료계는 즉각 폐업을 철회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간 후 정부와 대화로 사태를 풀어야 한다. 정부의 의보수가 대폭 인상방침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적정부담을 져야 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최소한의 국민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전가시킨 것은 원칙없는 양보로 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올려야 할 의료수가라면 애초에 인상안을 제시하고 이해득실을 따져 국민의 이해를 구했어야 옳았다. 그렇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등 다른 사안도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유연성을 보일 필요는 있다. 의료계도 이쯤해서 물러서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폐업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해 국민여론이 격앙될 경우 얻은 것조차 잃을 수 있다. 하루속히 집단폐업을 풀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 국민건강과 의료발전에 기여하는 의약분업 정착에 협조해야 한다. 입력시간 2000/08/13 17:0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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