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벌써 돈선거 조짐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사전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한 결과 지난해말 현재 총 634건을 적발, 이 가운데 25건을 고발하고 21건은 수사의뢰, 588건은 경고·주의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15대 총선 직전인 지난 95년의 조치건수 63건(고발 3건, 수사의뢰 11건,경고·주의 등 49건) 대비, 무려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총선을 돈 안드는 선거, 정치개혁의 모범으로 삼겠다는 정부나 시민단체의 의지가 물 건너간 느낌이다.16대 총선도 돈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예고됐다. 정치개혁을 맡고있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중앙선관위와 시민단체가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내놓은 각종 제도를 어느 것 하나 채택하지 않았다. 여야는 또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 법망을 가급적 피할 수 있도록 고쳐 놓았다. 불법·타락선거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국회 스스로 팽개친 것이다. 당초부터 합법적인 선거를 치르지 않겠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 모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다.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도 예상되고 있다. 무소속 후보가 많아지면 공조직보다는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게 되고 사조직 가동은 결국 돈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불법·타락선거를 막을 제도적 장치마저 없으니 돈 선거를 걱정 안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전국구 공천헌금을 내부 방침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돈 선거에 기름을 퍼부은 꼴이다. 한나라당은 공천헌금으로 최대 50억원까지도 계상하고 있어 구태(舊態)를 벗지 못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5대 총선의 경우 지역구의 법정 선거비용은 최고액이 경남 통영·고성으로 1억4,100만원, 최소액은 제주 북제주군으로 5,200만원이었다. 그러나 당선자들치고 최소한 10억원대를 넘게 썼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16대 총선의 법정 선거비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선을 위해서는 15대의 몇배는 써야 할 것이라는 계산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선이나 총선때마다 그 후유증으로 시달려 왔다. 선거기간 중에 풀린 돈이 인플레를 유발하고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진 탓이다. 결국 고통은 국민이 당하게 돼 있다.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국민이 앞장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있을 때 부정·부패는 스며들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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