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해왔던 러시아의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들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궁지에 몰렸다.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올리가르히들이 주가 폭락 등으로 자산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24일 보도했다. 러시아 최고 갑부로 꼽히던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은 올해 초 재산이 280억달러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가 사들인 독일 건설사의 주가 폭락 등으로 72억달러만 수중에 남았다.
영국 축구클럽인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235억달러가 33억달러로 줄어드는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그가 지분 36%를 보유한 철강기업 ‘에브라즈’의 주가는 4개월 사이 13분의1까지 폭락했다.
그나마 경제위기 조짐을 눈치챈 금속재벌 미하일 프로호로프는 손해를 면했다. 그는 위기 직전에 데리파스카 회장에게 세계 최대 니켈 기업인 노릴스크의 주식 25% 등을 팔아넘겼다. 이후 노릴스크 주가는 4분의1 토막이 났다.
모스크바 투자은행 ‘우랄시브’의 크리스 위퍼 수석 전략책임자는 “올리가르히가 힘을 잃으면 대기업과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가르히’는 러시아에서 정권과 유착해 부를 축적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 대부분은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국영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