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적십자 혈액원의 '엉터리 혈액관리' 실태

29일 검찰 발표로 공개된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의허술한 혈액관리 실태는 국민의 생명이 담당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심각하게위협받았음을 보여줘 공분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 혈액의 98% 이상을 공급해 온 대한적십자사는 근년들어 적지않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전산으로 헌혈희망자의 헌혈 부적격 여부를 확인 후 채혈토록 하는등 개선을 했다고 하지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혈액관리 시스템을 운용함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산등록지연으로 에이즈 혈액 유통= 헌혈자 112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이 에이즈 양성으로 판명돼 폐기처분하면서도 리스트를 전산에 지연등록함으로서 이들 112명으로부터 추가로 헌혈을 받고 그 중 360건의 혈액을 유통시킨 사례가 있었다. 혈액원에서 에이즈 양성 반응으로 나온 혈액이 양성여부를 최종 확정하는 기관인 질병관리본부에서 양성으로 확정되는 비율은 단 1% 수준. 그러나 최종판정이 나기 전 혈액원의 검사에서 한번이라도 에이즈 양성으로 판명돼 헌혈 일시유보군으로 등록된 사람에 대해서는 채혈이 금지되는데, 혈액원이 이명단 등록을 지연함으로써 부적격 혈액을 계속 받아들였던 것. 한 예로 2000년 4월7일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은 황모씨에 대해 3년5개월이 지난2003년 9월4일 양성판정 사실을 전산에 등록한 황당한 일이 이번에 적발됐다. ▲`에이즈검사용 헌혈' 조장하는 황당한 혈액관리법=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시기로, 검사를 해도 감염사실이 나타나지 않는 에이즈 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의 헌혈지원자 3명으로부터 채혈함으로써 수혈자들이 대거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가 적발됐다. 그러나 현재 적십자사가 보유한 기술로는 헌혈자가 에이즈 잠복상태에 있다는것을 의학적으로 밝힐 수 없어 결국은 헌혈자의 `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 즉 검사자들이 문진표를 통해 동성연애 경험과 에이즈 증상의 유무 등을 물은뒤 채혈하지만 이것만으로 잠복기에 있는 바이러스 보균자의 헌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게 문제다. 이같은 문제는 헌혈을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하기는 커녕 적극 유도하는 듯한 혈액관리법 조문에도 기인한다는 지적. 혈액관리법 시행규칙 제12조 1호에 규정된 개인별 헌혈기록카드 양식에는 `에이즈 검사를 목적으로 헌혈하실 경우 상담원에게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있어헌혈을 에이즈 검사의 기회로 활용토록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격이다. 철저히 헌혈에서 배제되어야 할 에이즈 양성 반응자들의 혈액이 검사명목으로채혈돼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원시적인' 업무착오로 문제혈액 유통= 에이즈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아 헌혈일시유보군으로 등록된 헌혈지원자 51명의 혈액을 헌혈경력 조회없이 채혈하고, 헌혈기록카드에 헌혈자들이 쓴 글자를 잘못읽거나 잘못 입력한 사례도 적발돼 충격을주고 있다. 예를 들면 헌혈자 이름 중 에이즈 양성 반응으로 헌혈일시유보군에 속해 있는 `기X윤'을 `기X운'으로 잘못 입력, `기X윤'씨가 다시 헌혈을 하려했을 때 그의 이름이 유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 이같은 형태로 무려 146건의 위험혈액이 유통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와 함께 B,C형 간염에 감염돼 헌혈유보군으로 등록된 헌혈지원자 9명으로부터과거 헌혈경력을 조회하지 않은 채 채혈하고, 검사과 직원들도 이를 음성으로 잘못판정, 수혈자 15명 중 8명을 간염에 감염시켰다. 또 에이즈에 감염되어 헌혈 영구유보군자로 등록된 헌혈지원자로부터 과거 헌혈경력을 조회하지 않고 두차례 채혈한 사례도 있었으나 추후 검사단계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와 폐기처분되면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연령제한자, 기간 미달자 등 채혈금지대상자 3만2천789명으로부터 채혈을 하는가 하면 헌혈지원자 173명에 대해 혈액비중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채혈, 헌혈자 보호에 소홀했던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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