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인 11월16일. 필자는 국회의원이 된 뒤 처음으로 꼭두새벽에 여의도 의원회관에 출근을 하게 됐다.다음날 있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원고 정리가 덜 되어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6시15분경이었는데 그 시각 여의도는 아직 날이 밝지않아 칠흑같이 캄캄했다. 강변도로를 타고 여의도를 우측으로 바라보면서 국회로 달려오는 동안 무심코 창밖을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63빌딩은 소등(消燈)이 잘 된 탓인지 거의 컴컴한 편이었고 그곳에서 가까운 KBS 별관옆의 어느 고층빌딩은 전층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증권사 빌딩들도 드문드문 전기불이 켜져 있었고 기아자동차 빌딩도 몇층을 빼곤 거의 전층에 불이 환하게 밝았다.
국회 정문을 통과하니 본관건물 꼭대기층은 전층이, 그 아랫층은 반정도가 불이 켜져 있었다. 여의도에 있는 거의 3분의2정도의 건물에 부분적으로 불이 켜져있는 건물이 많았다. 그때 그시간은 여늬 출근시간보다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새벽같이 출근을 했나』『아니야. 일이 많아 밤을 새워 야근을 했는지도 모르지』라는 생각이 얼핏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긍정적인 방향으로 먼저 생각해 보자. 여의도는 금융, 무역회사는 물론 일류 대기업빌딩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인지라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야근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집이 먼 직원들이 교통지옥을 피해 새벽같이 일찍 출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당연하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참으로 흐뭇하고 마음 든든하기도 했다. 나라의 장래가 각 빌딩속의 그 불빛들처럼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도 곧이어 들었다. 그렇게 많은 빌딩에서 수많은 직원들이 모두 다 밤을 새우며 일한 것 같지도, 또 아침 일찍 출근한 것 같지도 않은 육감이 들기도 했다. 『퇴근할 때 소등을 안한 것은 아닐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방향으로도 생각을 안해 볼 수가 없다. 모든 빌딩이 다 그건 것은 아니겠지만 직원들의 실수로 소등을 안했다면 그 엄청난 양의 전력낭비는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 아닌가.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벌써 IMF사태를 잊어버렸는가.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게 느껴지는 등 별의 별 노파심과 안타까움이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잇따라 일어났다. 자기회사 홍보를 위해 야간에 일부러 사무실에 전기불을 켜 놓기도 한다던데…. 그래 아무리 그럴 필요가 있어도 이 IMF시대에 돈 많은 회사가 그렇게도 많을까. 한 등의 절전(節電)이 참으로 아쉬운 때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