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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7일 "나가는 사람이 후임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알아서 잘들 하겠지"라고 말하며 연임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이사회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후임 회장과 관련해 "사표를 냈는데 내가 되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2년 임기를 끝낸 상황에서 사실상 사의를 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실제로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GS그룹 회장으로 그룹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각종 국내외 행사도 주재해야 해 육체적ㆍ정신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허 회장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며 허 회장을 다시 추대하려는 분위기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현재 전경련 회장단 내에서 허 회장 외에 다른 사람을 추대하려는 분위기는 없다"며 "회원사들이 재추대한다면 허 회장이 다시 회장을 맡을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의 횡포를 뿌리뽑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선뜻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려는 새 인물이 없다는 점도 허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경련 차기 회장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4대 그룹을 포함한 전경련 회장단의 뜻을 모아 신임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회장단의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을 결정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관심을 끌고 있는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차기 회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전경련 관계자는 "30대 그룹의 4분의1 정도가 아직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30대 그룹의 투자ㆍ고용계획을 발표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는 수출보다는 내수와 서민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