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펀드 지원책 소리만 요란" 자산운용사 한숨

하이일드·소장펀드 세제혜택 현실 반영 못해 실질효과 미미

진입장벽 큰 사모펀드 개편안 중소형 업체 생존 위협 우려


정부가 펀드시장 활성화와 기업자금 조달방안 개선을 위해 내놓은 주요 정책들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금융투자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제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부분이다.

국회는 지난 1일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고수익채권)와 소득공제 장기펀드 출시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고위험·고수익의 하이일드펀드를 출시할 수 있다.

정부가 이 방안을 내놓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커졌기 때문이다. BBB등급 이하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만큼 하이일드펀드를 활성화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도 자금 공급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하이일드펀드 출시에 회의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분리과세 혜택으로 투자자가 증가할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이 펀드가 담을 상품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투자 가능한 기업들을 검색하고 있는데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위험성이 너무 큰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펀드 구성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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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관계자들은 A등급 이하의 회사채도 담을 수 있어야 분리과세 혜택의 하이일드펀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BBB등급의 회사채 발행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B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량은 1조9,250억원에 그쳤다. BBB등급 회사채는 전체 회사채 발행량(51조500억원)의 3.7%에 불과하다.

올해 3월 중순 출시되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에도 업계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가입 자격을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로 제한했고 연간 납입 한도도 600만원에 불과해 자금 유입 규모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5,000만원 이하로 가입 자격을 두지 않았다면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만큼 한 것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세제 혜택 적용 대상이 회사 사원부터 대리급 정도로 한정돼 있어 펀드 업계의 활력소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하반기 시행될 사모펀드 개편안은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생존 자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사모펀드 제도개편안을 내놓고 일반사모펀드, 전문사모펀드(헤지펀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기업재무안정PEF 등 네 가지 형태의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단순화했다. 사모펀드 운용업자 진입요건은 완화한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 1인의 최소투자금액을 설정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제한이 없던 일반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5억원)이라는 진입장벽이 생겼다. 금융위원회는 "미국에서도 순자산 100만달러 혹은 최근 2년간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허용하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산운용 업계는 이로 인해 중소 업계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존 사모펀드는 개인들이 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 투자해 운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최소 설정액 5억원을 제도화하면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는 출시가 거의 힘들 것"이라며 "공모펀드 없이 사모펀드로 운용을 해온 중소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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