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럽 '보험범죄와 10년 전쟁'

■ 본사 박태준기자 런던 현지르포보험사기 英 한국2배 佛은 6분의 1 수준 유럽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보험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과 관련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그만큼 범죄방지 노하우와 대응체계도 잘 갖춰져 있어 매년 보험범죄와의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등은 이미 10년여 전부터 각국 보험협회를 중심으로 사기전담반을 별도로 설치한 뒤 경찰 등 사법당국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 보험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보험금 과다청구에 대응하기 위해 심리학자가 동원되기도 하고 보험사기와 관련된 수백만건의 정보를 축적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제공해주기도 한다.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기술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 영국ㆍ프랑스 보험사기 규모 총 440개의 손ㆍ생보사가 있는 영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약 7억2,600만파운드(한화 1조3,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영국 보험자협회(ABI)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99년의 6억5,000만파운드(1조1,700억원 상당)에 비해 11.7% 정도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험사기 규모가 6,133억원(2001년 보험개발원 추정)인 것을 감안하면 약 두배에 달한다. 프랑스는 91년부터 2000년까지 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50억9,200만프랑(한화 9,400억원) 정도로 한해 평균 940억원 정도를 적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 보험사기 대응방안 영국은 95년 이후 ABI 산하에 보험범죄 및 사기방지국(CFPB)을 설치, 보험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CFPB는 보험사기 가운데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금 과다청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상팀에 심리학자까지 동원하고 있다. CFPB의 데브라 위크스 팀장은 "자동차사고 등의 경우 신체적인 보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보상이 중요 이슈가 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정밀한 보상을 위해 심리학자를 동원, 객관적으로 정신적 보상문제를 다루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FPB는 또 99년 경찰과 보험사기 수사와 관련, '보험업계와 경찰간 보험사기 의뢰절차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는 보험사가 경찰에 사건의뢰시 충족시켜야 할 사항과 사건의뢰 승인시 경찰이 보험사에 반드시 통보해야 할 사항 등을 담아 보험사와 정부당국간 연계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CFPB는 전체 차량의 5%에 해당하는 무보험차량도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인식, 경찰에 이들 무보험차량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제공해 거리에서 언제든지 무보험차량을 적발해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ABI의 말컴 탤링 홍보부장은 "이 같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등으로 앞으로 5년 내 전체 보험사기의 30%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도 89년 1월부터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보험사기방지국(ALFA)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ALFA는 퇴직 경찰관 등을 고용한 각종 보험사기 조사활동과 정부당국과의 연계활동, 보험사들간 정보교환 등이 주업무. 보험사로부터 보험범죄에 대한 조사요청이 있을 경우 직접 조사한 뒤 법원제출용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보험사로 회신하는 절차를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해내고 있다. ◈ 보험사기 방지의 문제점 영국의 ABI는 지난해 10월 보험사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조사해 발표했다. 내용의 골자는 응답자의 76%가 보험금 청구과정에서 보험사기가 만연돼 있다고 응답하면서도 69%는 자신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할 사항에 처한다면 과다청구도 불사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데브라 위크스 CFPB 팀장은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 정도가 보험금 과다청구에서 빚어지고 있으나 이처럼 일반인들은 과다청구를 범죄시하기는커녕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각 보험사간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공조체제에 있어서 개인정보의 교환수준도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는 개인 신상과 관련, 상당 부분까지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나 영국에서는 특정한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교환이 이뤄지고 있어 보험사기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런던=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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