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스닥 부실기업 내부통제 '실종'

감사, 주요 결정사항에도 불참·중도 퇴임 러시<br>"책임 모면 아니냐" 지적… 당국 대책 마련키로

오는 3월10일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A사는 지난 21일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결정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사내 감사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본의 변동을 가져오는 중대한 사안이 감사인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코스닥상장법인 가운데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내부 감사가 참석하지 않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실기업이 자금조달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실종된 것이다. 일부 한계기업에서는 감사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중도 퇴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이사회 47건 가운데 66%에 달하는 31건에서 감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증자와 각종 사채권 발행은 기업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업의 주요 경영사항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닥상장법인들의 지난해 유상증자 발행금액(공시기준)은 3조692억원에 달했고 BW와 CB 발행금액도 2조원에 육박했다. 상법 391조에는 '감사는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배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경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내부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전권(全權)을 맡긴 셈이다. 하지만 참석에 대해서는 명백한 권고조항이 없다. 390조에 '이사회 1주일 전 감사에게 소집통지를 해야 한다'는 소집 의무만 있을 뿐이다. 물론 개인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수는 있지만 주요 안건의 66%에 감사가 불참했다는 통계를 볼 때 이를 일신상의 이유로만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감사들의 탈출 러시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23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감사가 임기도중 퇴임한다고 밝힌 회사는 1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8개)의 2배 이상 늘었다. 두 달새 감사 3명이 중도 퇴임한 곳도 있었다.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한계기업으로 의심되는 업체가 상당수였다. 19곳 중 14곳이 지난해 실적 기준 적자기업이었고 그 가운데 5곳은 관리종목이었다. 이미 상장폐지 됐거나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 받는 곳도 2곳 있었다. KRX의 한 관계자는 "퇴출기업의 감사는 소액주주들이 고발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지난해부터 KRX가 퇴출기업의 전 임원들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한계기업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됐기 때문에 '전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발을 빼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도 퇴임을 하더라도 재직 중 이사회 불참 등 직무를 소홀히 했으면 향후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기업의 감사인 문제에 대해 "코스닥기업의 경우 내부통제가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코스닥기업의 내부 감사인 전반에 대한 실태를 확인한 후 모범규준(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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