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 마지노선 1080원 위협"…시장 다변화 등 고강도 대책 추진

[원·달러 환율 급락]산업계 움직임은<br>환율 1100원 이하 지속땐 "수출기업 80% 채산성 타격"<br>삼성등수출 많은 전자업계 "원高 계속되나" 예의주시<br>섬유·조선·자동차 업계도 실시간 모니터링등강화


강도 높은 비상경영 카드 곧 꺼 낸다… 원ㆍ달러 환율이 2년7개월여 만에 1,08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수출기업이 적정환율로 산정한 1,150원에 이어 손익분기점 환율인 1,080원마저 위협 받으면서 사업계획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환율 하락에 설상가상으로 일본 대지진 및 중동 사태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과거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비상경영 카드를 다시 꺼내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는 원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 업계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많게는 2,300억원, 적게는 5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원ㆍ달러 환율을 1,080원으로 예상하고 이미 경영계획을 세웠다. 현재의 환율 하락 속도라면 이 같은 환율 마지노선도 곧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월 단위는 물론 주간 단위로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준 환율 대비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금융자산이 1,457억원 감소하는 등 이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 등 경영 여건이 급변하면서 예전보다 더 강도 높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업계획상 표준환율을 1,100원으로 설정한 LG전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매출채권ㆍ매입채무 등 운전자본 변동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며 환율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원화강세 흐름이 일부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세탁기ㆍ냉장고ㆍ에어컨 등 가전사업의 경우 환율 하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LG전자 영업이익이 766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도 환율 하락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원ㆍ달러 환율을 1,100원으로 전망한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외화로 발생하고 이 중 달러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할 수 있는 상시 대응방안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도 최근 환율 하락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환율 변동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유로화로 결제하는 유럽시장에 대한 판매를 확대하는 등 시장을 다변화해 충격을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섬유 부문에서 달러화의 매출 비중이 약 50%에 달한다. 조선업계 역시 환율 하락이 수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경우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신규 수주에서는 환율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떨어진다. 특히 중소 조선사는 환 헤지 비율이 낮아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자동차업계는 환율하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수출 가격경쟁력 악화는 물론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기준 환율 1,100원선이 붕괴되자 실시간 환율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아직까지 환율과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았지만 향후 환율 추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비상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70%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은 환율이 10원 오르내릴 때마다 매출이 2,000억원가량 증감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재의 환율 수준이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산술적으로 약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는 추가 환율 하락에 대비해 구매ㆍ연구개발 등 전과정을 혁신하고 개선하는 '테크니컬 코스트 이노베이션(TCI)' 활동을 통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반면 철강업계의 경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만큼 환율 하락이 기업실적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환율 하락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철강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에서 계속 머물 경우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수출채산성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 기업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수출채산성 및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 적정환율은 1,151.4원이며 사업계획환율과 손익분기점환율은 각각 1,122원과 1,081.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재계는 환율에다 일본과 중동 사태까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위기 때 못지않은 강도 높은 비상경영 카드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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