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10일] 편지를 쓰자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위에 던졌어요' 수필가 피천득의 '편지'라는 시다. 편지라는 단어는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변에서 편지 쓰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우체통 수는 지난 2005년 약 3만개에서 지난해 말 현재 2만3,000개로 줄었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영향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편지는 사람 간의 따뜻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3차원 통신'이다. 봄빛 가득한 강가에 앉아 이성에게 가슴 두근거리며 쓰던 연애편지, 군대 간 남자 친구를 생각하며 밤을 하얗게 새워 쓰고 또 쓰던 편지, 수험생인 딸의 도시락에 매일 넣어주던 엄마의 사랑편지, 첫 월급을 탄 기쁨에 부모님께 드리는 빨간 내복 상자 속에 곱게 접어 넣은 효도편지 등에는 요즘의 휴대폰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정성이 있다. 그래서 올봄 신입사원 채용시험 때는 펜으로 편지쓰기 과목을 추가해봤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감성이 있는지를 보고 싶었다. 다섯 장의 편지지를 나눠주고 한 시간 동안 마음대로 편지를 쓰게 했더니 응시생의 대부분은 부모님에게 편지를 썼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철들고 나서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편지지의 반장도 채우지 못한 응시생들이 있는가 하면 다섯 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내용까지 좋은 이도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중에 합격한 이들을 봤더니 편지를 잘 쓴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평소 밝은 모습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이들이 정(情)을 전하는 편지에도 자신의 생각을 잘 녹여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들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본다. 그러기에 입사 성적도 좋았을 것이다. 그만큼 편지에는 말로는 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오월은 감사의 달이다. 부모님께, 선생님께, 자녀에게, 부부끼리, 그리고 고마운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자.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에만 담아두면 그 빛이 바란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번주 말에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편지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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