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급발진 미스터리 세계최초로 규명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차량 급발진 사고원인을 파헤쳐보기로 했다. 국토해양부가 민관합동조사반을 꾸려 연말까지 종합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급발진 사고에 경찰까지 차량결함을 주장하는 등 국민들의 의혹이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교통사고 블랙박스로 불리는 차량사고기록장치(EDR)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하니 속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차량 급발진 사고는 지난 198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급증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사고만도 최근 6년간 1,000여건에 이른다. 대부분 운전자의 조작 잘못으로 판정됐지만 일부는 미스터리로 남아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조사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세계 여러 선진국들이 진상규명을 시도했지만 운전자 실수라는 제조사들의 주장을 꺾지는 못했다. 미국조차 지난 2010년 도로교통안전국과 항공우주국이 합동조사를 벌였지만 기계적 오류 의혹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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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기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교란 가능성을 사고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수동변속기 차량보다 자동변속기 차량에서 급발진 사고가 빈발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사고차량의 EDR나 브레이크 등 전자제어장치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장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주 작은 단서라도 발견해낸다면 큰 개가일 것이다.

이번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을 사안이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금까지 각국에서 이뤄진 어떤 것보다 진전된 결과를 내야 한다. 우선 모든 조사과정이나 모의시험을 공개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여 지식과 지혜를 모으는 게 좋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향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처럼 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자동차 전장화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만약 그 원인이 전자장치에 있고 그것을 우리나라가 규명해내는 순간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인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은 또 한번 도약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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