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염불된 펀드직판制

자산운용회사들이 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판’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운용사가 증권회사ㆍ은행과 같은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상품을 팔게 되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매사에 별도로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 수수료 부담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 때문에 개인들이 운용사에서 펀드를 직접 가입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펀드 직판에 대해서는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명제가 대표적이다. 현 규정대로라면 개인 투자자는 운용사 본점을 방문해 실명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운용사에서 직접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운용사도 펀드 직판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 펀드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운용사는 운용 보수만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어 펀드 판매에 따르는 각종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실명제의 경우에도 은행 및 우체국에 실명 대행을 맡길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은 운용사 몫이어서 대행체제를 갖춘 곳이 없다. 운용사가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판매사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시장에서는 판매사가 운용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 판매사가 특정 운용사의 상품을 외면할 경우 그 운용사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계열 판매사가 없는 운용사의 경우에는 종속 관계가 더 심하다. 이런 현실에서 판매사의 수익을 줄일 수 있는 직판을 운용사가 적극적으로 실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펀드 직판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복잡한 요소가 맞물리며 사실상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는 펀드 직판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 허용, 판매시 관리 비용 부과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안정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당초 펀드 직판의 시행 목적이 개인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 간접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었는지, 판매 창구를 넓혀줬다는 감독 당국의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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