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협상 나섰지만…타결 여부는 미지수

방송 3사, 방통위 중재안 거부… 케이블 "SD급도 중단" 맞서<br>방통위, 제재수단 없어 고민

대치동에 사는 직장인 배 모(39)씨는 4일 오후 'SBS인기가요'를 보기 위해 간만에 TV 앞에 앉았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TV화면 때문에 걸그룹들을 보는 감흥은 반감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고화질(HD) 방송 송출을 중단해 SD급의 저화질로 TV를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 배 씨는 "고화질 방송 송출이 다시 재개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다시 흐릿한 화면을 보게 되니 기분이 언짢다"며 "정부에서 시킨대로 디지털TV도 사고 케이블 요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 재송신료를 놓고 벌이는 지상파와 케이블 업체간의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볼거리가많은 연말 고화질은 물론 표준화질(SD)급 방송도 중단되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통위와 케이블 업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지상파 쪽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 2일 지상파와 SO 들이 일주일 내로 새로운 협상을 시작 한다고 발표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당시 방통위는 "협상 재개시 케이블TV의 지상파 HD방송이 3일 오후부터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지상파TV 관계자는 "5일 오후 방통위에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이번주 내로 재협상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의견서에는 협상 당사자가 아닌 방통위는 이번 협상에서 한발 물러나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O 쪽은 여전히 지상파쪽을 비난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방송 3사의 행위는 지상파 HD재송신 정상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행보"라며 "실무협상단 논의 결렬 이후 양측의 최종의사 결정권자인 사장단간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책기구인 방통위 제시안마저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지상파 사장들이 각자 방통위와 합의를 해놓고서도 실무진들과의 논의 후 이를 번복했다며 향후에는 SD급의 지상파 송출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이들 업체간 협상을 강제하기 위해 곧 제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제재 수단이 많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다. 실제 방통위는 5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상파와 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급하게 회의 안건을 변경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변경허가절차개선'만 다루기로 했다.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업체가 방통위 중재안에 불복한다 하더라도 업무정지 3개월 또는 허가 유효기간 3개월 단축 및 과징금 5,000만원 부과 등의 처분만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양측간의 대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함에 따라 향후 시청자들의 불만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 방송에 가입한 270만 가구와 디지털 수신기를 통해 디지털 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500만 가구 등 총 770만 가구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 째 끌어온 이슈를 권고안 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방통위의 안일한 생각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향후 SO들이 지상파 송출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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