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이대로 가면 5%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었지만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이 부총리가 경고고 결코 경고만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내수경기의 침체는 더욱 깊어지고 있고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는 여전히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부정적이다. 게다가 10ㆍ29 부동산 대책의 후유증으로 건설투자도 급랭하고 있다. 작년 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 같기는 하지만 회복속도가 너무 느려 피부로 경기호전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 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 경기까지 후퇴, 체감경기 더 나빠져=건설경기의 위축은 여러 지표에서 나타난다. 1월중 건설 수주액은 4조4,9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4.3% 감소했다. 정부의 재정방출로 공공부문은 36% 늘었으나 전체 수주액의 70%를 차지하는 민간부문은 무려 27.2% 감소했다. 이 같은 증감률은 지난 2001년5월 이후 최저치다. 건설 공사를 수주한 뒤 3~6개월 뒤 착공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건설 경기, 특히 주택경기의 급랭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규방 국토연구원장은 지난 24일 이헌재 부총리 주재로 열린 연구기관장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의 건설관련지표로 볼 때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건설경기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건설수주 통계보다 후행하는 건축허가동향은 더 어둡다. 1월중 건축허가면적은 204만평으로 전월(412만평)보다 50.4% 감소했다. 주택경기가 나빠지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올해 중 40조원 가량 만기가 예정돼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내수침체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이 부총리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브리핑에서 앞으로 챙겨야 할 주요 경제지표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주택건설 동향을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심화되는 경기 양극화, 위험 수위 넘어=내수와 수출은 물론 업종 별로도 경기양극화가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특정 업종에 의존한 `절름발이`경제성장이 더욱 심화돼 불안을 모습이다. 생산이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빼면 되레 2.1% 줄었다. 반도체는 전년 동월비 생산이 53.8%나 급증하고 출하도 40.6%나 늘었다. 반면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는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생산과 출하가 각각 9.2%, 6.9% 각각 줄었다. 판매가 안되다 보니 재고는 중ㆍ대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눈덩이 처럼 불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2%나 늘었다.
`내수 부진ㆍ수출 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고민거리다. 생산자제품 출하의 경우 내수는 3.1% 줄었으나 수출은 17.7%나 늘어 둘 사이의 갭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