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스스로도 부끄러운 국회


"언론에 비판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30일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바로 직전 브리핑에서 "정기국회 전에 결산심사를 마친 것은 이례적"이라며 자평 했던 이 원내대변인이 왜 이런 속내를 드러냈을까.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현재 국회가 처리해야 할 법안 숫자는 6,729건이다. 국회의원들이 밤새 처리해도 해결 불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30일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은 고작 27건. 31일 본회의에서 30여건 안팎의 안건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8월 한달 동안 국회에서 처리한 안건은 60여건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당초 8월 임시국회는 여야 원내대표가 총ㆍ대선 준비 때문에 정기국회가 부실할 것을 감안해 법안처리에 힘쓰기로 합의했다.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임시국회 개회를 합의하면서 "매주 (법안 처리 관련해) 상임위 보고를 받고 처리실적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하지만 31일 현재 계류법안은 8월 국회 이전의 6,400여건에 비해 오히려 300여건이나 늘어났다. 당시 가장 많은 계류법안을 보유하고 있었던 보건복지위원회(903건)와 행정안전위원회(810건), 국토해양위원회(695건)도 각각 937건, 851건, 672건으로 법안 숫자가 증가했다. 새로 접수되는 법안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법안처리 속도는 느림보 걸음이다. 이처럼 법안처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여야가 앞다투어 강조했던 민생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반값 등록금' 관련 법안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아직도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여야 정쟁의 대상으로 표류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부동산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전세 급등지역에 전월세를 제한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금도 잠자고 있다. 유난히 민생과 친서민이 강조됐던 이번 8월 임시국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 옛 속담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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