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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 연극, 창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면서 공연 전후 관객들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참여·학습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공연 초보 관람자의 흥미를 북돋우는 이벤트부터 마니아를 위한 관객과의 대화 및 작품 아카데미까지. 관객 저변을 확대하려는 업계의 아이디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시인 단테의 신곡(神曲)은 단테의 사후 세계 여행담을 지옥, 연옥, 천국 편으로 구성한 서사시다. 인간의 구원과 사랑, 윤리, 평화, 정의 같은 질문을 표현하는 작품인 만큼 철학적인 내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단테의 신곡을 연극으로 올리는 국립극장은 10월 31일 첫 공연을 앞두고 이달 28일과 10월 19일 '관객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아카데미에선 신곡 3부작을 번역 출간한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와 연극평론가 조만수 충북대 교수가 '우리 시대 단테와 신곡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연극 제작 스태프들이 원작의 극화 과정을 소개하고 작품의 일부 장면을 시연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신곡이 워낙 어려운 작품이다 보니 공연 개막 전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아카데미와 별개로 매 공연 종료 후 20분간 객석에서 스태프와 배우, 관련 학자들이 작품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도 계획하고 있다.
뮤지컬 '더 데빌' 역시 오는 18일과 24일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연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록 뮤지컬 더 데빌은 개막 이후 관객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며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1987년 증시 대 폭락으로 모든 것을 잃은 미국의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와 그의 심장을 원하는 정체불명의 'X', X로부터 존을 구하려 하는 비운의 여인 그레첸을 주인공으로 한 3인 극으로, 독특한 가사와 충격적인 장면 연출로 '어렵다 못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식적인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이지나 연출은 지난 14일 개인적으로 '티타임 토크'를 열어 40명의 관객과 작품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카데미나 관객과의 대화가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마니아층을 겨냥한 것이라면, 일반 관객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한 이벤트도 활발하다. 뮤지컬 조로는 이달 16일, 23일, 25일, 30일과 내달 1일 총 5회에 걸쳐 당일 관람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20명에 한해 백스테이지 투어를 진행한다. 조로의 백미인 '360도 회전 열차 무대'를 비롯한 각종 세트 전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연 배우들이 직접 설명한다. 앞서 뮤지컬 위키드도 7~8월 총 6회에 걸쳐 서정민 무대감독이 진행하는 백스테이지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공연 관련 '서비스 프로그램'은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한 마케팅 수단은 물론 작품 수정을 위한 피드백 차원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입소문이 중요한 공연예술 특성상 사전에 공연에 대한 관객의 친밀도를 높이고 의견을 반영하는 작업도 중요하다"며 "뮤지컬이나 연극 대부분은 재연을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받은 지적을 다음 공연에 반영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