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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칼바람이 불어 닥친 11일 에몬스가구 인천 남동구 본사에선 하얀 종이와 펜을 든 30여 명의 사람들이 전시된 가구를 꼼꼼히 뜯어보며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이들은 경기·인천지역 일대에서 2014년 상반기 신제품을 결정하러 인천까지 달려온 에몬스가구 대리점주.
이날 하루에만 전국 150여개 지점에서 300여명이 본사 전시장을 찾아 신제품을 평가했다. 이 자리에는 본사 직원들이 수개월간 기획하고 디자인한 150여점 중 품평회용으로 뽑힌 총 61점의 신제품이 도마 위에 올려졌다. 이 가운데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될 가구는 10개 중 4~5종에 불과하다. 각 모델이 신제품으로 탄생하게 될지는 대리점주들의 손에 달린 것. 가구업계에서는 본사와 대리점이 갑을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상징적인 행사로 에몬스가구의 품평회를 꼽는다.
에몬스가구는 올해로 18년째 신상품 품평회를 하고 있다. 품평회를 통해 고객들과 접점에 있는 대리점주들의 신랄한 평가와 비판을 듣고 소위 시장에서 먹힐 만한 제품을 골라내기 위해서다.품평회에서 평균 85점 미만을 받으면 바로 낙제다.
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은 "고객들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대리점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품질을 해마다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작년보다 올 한 해 온·오프라인 전체 매출이 15% 증가했다"며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기후 악화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품질우선주의로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올해 에몬스가구, 에몬스홈 등 온·오프라인 매출은 지난해 970억원에서 1,08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에몬스가구는 2014년 S/S가구 트렌드로 '에몬스 에코-프레스티지(EMONS Eco-Prestige)'를 제시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명품 디자인으로 품격을 더하면서 정서적인 만족감까지 고려한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선보인 컬렉션에는 원목·가죽·대리석 등 천연소재를 사용해 자연의 질감과 색감을 살리거나 천연 라텍스, 천연 양모 등 친환경 소재로 질을 높인 제품이 주를 이뤘다. 또 화이트, 라이트 브라운 계열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밝은 색상이 점진적인 경기 회복기의 트렌드를 반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별로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리클라이너 소파 '헤이든', 생활 방식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헤드레스트 소파 등이 대리점주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수공예 미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상감기법을 적용하거나 일부 가전제품에서만 활용되던 메탈릭 공법을 적용,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에몬스가구는 내년에도 명품화와 친환경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내년에는 가구 공룡 이케아의 상륙과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부동산 경기 등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엄격한 품질관리와 디자인 투자를 통한 친환경·명품화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대리점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면서 온·오프라인 매출이 30% 이상 신장한 1,400억원을 달성하고 2016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