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 당초 3ㆍ4분기 어닝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도 부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졌던 탓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직 어닝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와 KT&G, 금호석유화학 등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3ㆍ4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음에 따라 일부에서는 4ㆍ4분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제 막 시작된 3ㆍ4분기 어닝 시즌 성적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3조4,000억원)보다 24%나 많은 4조2,000억원에 달했다. KT&G는 추정액보다 17% 많은 3,7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금호석유도 예상치를 웃도는 수익을 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실적 발표를 한 10개 기업 가운데 3개꼴로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내놨다. 비록 대한항공과 한국타이어, 신세계 등이 시장 전망치를 소폭 밑도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등 영업 외적 요인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지만 3ㆍ4분기 여객 수송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나 증가하는 등 영업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한국타이어도 수익성은 예상보다 못했지만 매출은 추정치를 뛰어넘은 만큼 원재료가격 안정에 따라 영업마진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LG화학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LG화학은 3ㆍ4분기 매출이 5조8,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7%, 14.6% 줄어들긴 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 속에서도 차별화된 제품구조와 위기관리 능력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LG화학측은 설명하고 있다. 3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상장사들의 실적 추정치도 조금씩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89개 기업의 올 3ㆍ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낮아지고는 있지만 그 폭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8월말과 9월말, 10월20일 현재를 기준으로 3ㆍ4분기 89개 기업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28조365억원, 26조4,920억원, 26조4,606억원이었다. 8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한 달간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국면을 맞으며 증권업계는 영업이익추정치를 무려 5.51%나 낮춰 잡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하향폭이 불과 0.12%에 지나지 않았다.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는 4ㆍ4분기 실적전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승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이 3ㆍ4분기 실적에 따라 4ㆍ4분기 실적을 조정하게 된다”며 “실적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실적 컨센서스가 저점 부근에서 안정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과 미국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반영된 만큼 기업이익이 증시 하락을 받쳐주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들의 실적의 악화 움직임이 덜해진 것일 뿐 다시 좋아진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