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사가 만사

우리는 흔히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만사가 되는 인사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우리의 문화적 특징이며 동시에 취약점인 '총론에 강하고 각론에 약한 탓'도 없지 않겠지만 인사란 단순히 조직관리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까운 예를 들면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지식과 정보가 기반이 되는 '직무수행의 전문화'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며 전문화를 추진하려면 사람 중심의 계급제보다는 직무 중심의 직위분류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직위분류제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것은 인사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직위분류는 직무분석을 통해 업무의 중요성과 책임성, 그리고 난이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 자리에 값을 매김으로써 공직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사람과 신분(계급)보다는 일과 임무를 중심으로 공직을 분류하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일한 만큼 보상(equal pay for equal work)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사의 공평성을 보장한다. 물론 계급제와 직위분류제를 한가지 단순한 기준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계급제가 직위분류제보다 융통성 있고 탄력적이며 종합조정과 관리능력을 갖춘 우수한 고위직을 양성하기에 유리한 점도 있다. 하지만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개혁을 위해서는 최소한 직위분류제적 요소의 보강이라도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무원들 대부분은 전문직무 수행을 통한 성취감보다는 조직에서의 승진을 통한 (사회적) 신분상승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직위분류제 도입을 역대 정부에서 누차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타이에서는 아직도 봉급이 낮은 공직을 사기업보다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도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서 장관 본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는 개방형 직위에조차도 민간인 응모가 극히 저조하다. 이처럼 인사란 단순히 경영기법 이상의 문제여서 인사개혁정책도 사회 전체의 문화적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할 것 같다. 인사관리의 중점이 계급인가 일인가 하는 이분법적인 논리보다는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정책 개발에 주력할 때다. /조창현<중앙인사委 위원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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