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찬란했던 유럽 왕실의 추악한 잔혹사

■ 폭정의 역사 (브렌다 랄프 루이스 지음, 말글빛냄 펴냄)


우아한 예술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왕실문화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찬란함이 강렬할수록 그 이면에는 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 화려했던 유럽 군주제의 그늘에는 강력한 절대 권력을 내세운 잔인한 폭정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추악한 잔혹사들만을 추렸다. 저자는 영국 유명 신문사의 왕실 특파원 출신이다. 철가면을 쓴 채 1687년 바스티유 감옥에 갇힌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왕가에서 가장 유명한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그가 루이 14세의 총애를 잃은 신하라는 설도 있었으나, 가장 끔찍한 이야기는 루이 14세가 하나뿐인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쌍둥이 형을 감금했다는 것. 철가면의 사내는 16년 동안 갇혀 있다 가면을 쓴 채 죽었다. 혈우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영국의 레오폴드 왕자나 러시아의 알렉세이 황태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근친혼이 불행한 유산이 된 경우다. 이처럼 절대권력을 지키려다 자행된 왕실의 잔인함도 있었지만, 이를 잘못 휘두른 광기(狂氣)도 있었다. 중세 프랑스의 영주 질 드 라발은 200명에 이르는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절단하면서 쾌락을 느꼈다 한다. 헝가리 왕족이었던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수십명의 처녀들을 죽여 그 피를 마시거나 목욕을 했다하여 '피의 백작부인'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드라큘라' 전설의 모델이 됐다.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엽기 행각이었다. 책은 폭정을 일삼은 군주들의 광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집중된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의 운명과 역사를 바꿔놓는지를 냉철하게 뒤쫓는다. 자료그림으로 수록된 다양한 컬러 도판이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2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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